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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이재명과 윤석열을 몰라서

 

 

최근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사의 제목은 ‘이재명을 몰라서’였다. 기사의 내용은 《인간 이재명》 읽기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유행이라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다. 그만큼 민주당 국회의원들조차도 이재명이란 사람을 몰랐다는 얘기다.

 

어쨌든 반가운 기사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의 진심》이란 책을 읽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으면 좋겠다.

 

샴푸 한 통을 파는 판매원도 상품을 팔려면 그 상품의 성분과 효능, 임상결과를 정확히 알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 근거도 없이 ‘이 상품 좋으니까 사세요’라고만 줄기차게 외치는 판매원은 빵점짜리다. ‘우리 상품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저 상품 사면 안 돼요’라고 떠드는 판매원은 없는 것만 못하다.

 

더구나 자신이 마케팅하려는 상품이 나라의 살림을 5년이나 맡길 대통령 후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재명을 모르고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모른다. 몰라도 아주 많이 모른다.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이재명이 정말 훌륭하다고 믿어서 이재명을 지지하고, 선택을 호소하는가. 윤석열이 정말 잘할 것이라고 믿어서 윤석열을 지지하고, 줄을 서는가. 윤석열이 싫어서, 이재명이 싫어서가 아닌가. 아니면 민주당이 재수 없어서, 국민의힘이 역겨워서가 아닌가.

 

그러니 선거판이 자신의 후보를 자랑스럽게 띄우는 축제가 아니라 상대를 향한 혐오만 무한 방출하는 분뇨처리장이 되었다. 분뇨를 쏟아내는 것은 정치인이고, 그걸 무한 재생산하는 것은 언론이지만 그 분뇨를 뒤집어써야 하는 건 죄 없는 국민이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넉 달 동안 우리 국민 누구도 저들이 퍼부어대는 분뇨를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선거는 국민의 세금으로 치르는 민주주의 사회의 축제인데, 이게 대체 뭘 하자는 짓들인가. 다들 똥바가지만 들고 축제에 오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느 쪽이라도 좋다. 자기 당의 후보가 국민이 자랑스러워해도 좋을 만큼 얼마나 훌륭한지, 우리가 믿고 나라를 맡겨도 좋을 만큼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를 우리에게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차분히 책을 읽고, 자신의 후보가 지닌 가치를 알리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대변인으로 이낙연 후보의 입 역할을 했던 허영 의원이 자신의 페북에 올린 글이 그래서 대견했다.

 

"예결소위를 마치고 춘천으로 가는 중입니다. 차에서 《인간 이재명》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그야말로 인간 이재명에 대한 책입니다. 전쟁 같은 삶 속에서 달궈진 맷집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목포가 지역구인 김원이 의원은 ‘의무감으로 《인간 이재명》을 읽기 시작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고 자신의 페북에 털어놓으며 이재명 지지를 호소했다.

 

지역구인 춘천과 목포에 도착해서 두 의원이 시민들에게 하는 말은 이재명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저 윤석열은 안되니까 이재명을 지지해달라는 의원들과는 다를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의 진심》과 《인간 이재명》을 비교하며 읽고, 민주당 의원들이 《인간 이재명》과 《윤석열의 진심》을 비교하며 읽고, 서로 자신의 후보를 맘껏 자랑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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