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9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신간] 내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 ‘길은 사라지지 않아’

 

◆ 길은 사라지지 않아 / 양학용 지음 / 별글 / 263쪽 / 1만5000원

 

‘머물러 있는 나를 떠나 길 위에 서다.’

 

책은 작가가 14명의 여행학교 아이들과 함께 써내려간 기록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작가는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방학 한 달 동안 만이라도 멈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여행학교 아이들은 한 달여 동안 라다크와 히말라야를 다녀왔다. 떠나기 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베스트셀러 ‘오래된 미래’를 읽었다. ‘오래된 미래’의 배경인 라다크의 전통 마을들을 여행하며 느림과 부족함이 준 만족과 해방감에 대해 생각한다. 불편하지만 자유로운 그곳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성장을 이룬다.

 

여행에는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 따른다. 설렘, 두려움, 긴장, 환희 등 다양한 감정을 맞닥뜨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안의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는 여행학교 아이들에게 대부분을 맡겼다. 아이들이 스스로 숙소를 정하고, 식당을 찾고 아이들의 선택으로 이뤄졌다. 작가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여행학교가 어른들로부터 ‘주어진’ 프로그램이 아니기를 바랐다.

 

대책 없이 물을 부어 찌개를 한강으로 만들어도, 텐트를 어설프게 쳐서 태극기도 아닌 것이 밤새 바람에 펄럭거려도, 그것이 목숨에 지장이 없는 한 그들의 여행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다. 그들끼리 놀고, 그들끼리 해결하고, 고생도 그들끼리 하도록 그냥 옆에 있어주면 되는 것이다. 여행에 아이들이 손님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본문 ‘아이들은 혼자일 때 어른이 된다’에서)

 

여행학교에서의 단 두 가지 규칙 ‘일기쓰기’와 ‘약속 시간 엄수하기’, 책에는 아이들이 여행하며 작성한 꾸밈없이 솔직한 일기들도 담겼다. 머리가 하얘지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기도 하고, 잠시 머물렀던 거처의 가족들과 헤어짐에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밥과 김치 하나에 행복해한다.

 

여행을 통한 아이들의 성장을 읽으며 어른들도 함께 깨닫는 것이 많아진다. 해발 5000미터를 걷고 또 걸으며 발걸음이 뒤처지고, 말이 없어지고 그럼에도 아이들은 묵묵히 해낸다. 힘든 와중에도 서로를 걱정하며 돕고 의지한다.

 

비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여행학교는 세 번 문을 열었다. 첫 번째 여행지는 라오스, 2012년도 여름에 떠난 두 번째 여행지가 이 책에 실린 라다크, 그리고 세 번째는 베트남·라오스·태국이다. 여행학교를 마치고 9년이 흘러 직장인이 되고 결혼을 해 가정도 꾸린 어른이 된 지금, 아이들이었던 그때를 어떻게 기억할까?

 

책의 에필로그에는 작가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 떠올린 여행학교 참가자들의 기억도 함께 실었다. ‘음식은 입에 잘 맞을까’, ‘숙소는 괜찮을까’, ‘낯선 사람들과 불편하진 않을까’ 등 여행을 앞두고 가졌던 아이들의 많은 물음표들은 여행을 마치고 돌이켜보니 평생 가져할 용기였으며, 따뜻함이고, 행복이었다. 인생의 전환점, 막중한 책임감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여행’이라는 단어가 참 멀어졌다. 오래된 아이들의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감동으로 다가간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