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장의 피아니스트
장르 : 드라마, 전쟁
감독 : 지미 게이루즈
출연 : 타렉 야쿱, 아델 카람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해봐. 두려움, 좌절감, 분노, 희망···”
영화는 전쟁 속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피아니스트 카림의 이야기로, 실화가 바탕이다.
시리아 세카의 한 건물 지하,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간다. 카림은 이곳에서 생활하며 언젠가 유럽으로 건너가 마음껏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급진 이슬람 무단장체가 점령한 도시는 총성과 폭력만이 남아있다. 카림은 부상자들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한다. 어머니가 남긴 유품인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카림의 기쁨이자 희망이다.

오스트리아 빈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카림. 13일 뒤 떠나는 배를 타기 위해서, 유일한 자산인 피아노를 팔아 경비를 마련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카림이 생활하는 숙소에 들이닥친 무장단체는 서구의 문물이라며 카림의 피아노에 총을 난사한다.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카림은 같은 모델의 피아노가 있다는 도시 람자로 향한다. 피아노의 부품을 구해, 건반이 부서진 피아노를 수리하고 판매해 늦지 않게 배를 타야한다.

초점은 주인공인 카림에 맞춰졌지만, 누군가는 유학을 꿈꾸며 토플을 공부하고, 누군가는 오지 않을 손님을 기다리며 매일 같이 가게를 정리한다. 무장단체에 맞서 저항 계획을 세우기도 하며, 아이들은 진흙탕 물에서도 신나게 논다. 모두가 저마다의 모습으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카림은 마지막 장면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주한다. 지하에 숨지 않고, 총격이 오가는 한 복판에서. 베토벤은 26살 때 청력 장애가 생겼다. 극도의 불안과 절망을 줬던 청력 장애를 딛고 베토벤은 이 곡을 완성했다. 이 상황과 위기를 포기하지 않고 이겨나가겠다는 카림의 의지를 느끼게 한다.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시리아 내전의 비극을 보여준다. 더욱 사실적으로 영화에 담기 위해 이라크 모술과 레바논을 오가며 촬영했다. 레바논에서는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베이루트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촬영이 중단돼 스케줄을 전면 재조정하기도 했다.

감독은 “시리아에서 음악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았고,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음악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것이 금지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며 “음악과 예술은 인간의 공용어로서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레바논 출신인 감독이 대학 졸업작으로 제작한 단편영화 ‘녹턴 인 블랙’(2016)을 장편화한 작품이다. 2020년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주목을 받았고,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과 음악상 부문에서 레바논 공식 후보로 선정됐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