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문화재단이 ‘미디어 자화상: 나와 또 다른 나, Media Portrait: Me and another me’ 미디어 아트 전시를 용인포은아트갤러리에서 3월까지 선보인다.
노치욱, 하석준, 한승구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나와 타자의 관계’, ‘자아의 이중성’, ‘존재의 모순’ 등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담아냈다.
작품을 통해 코로나19로 암울해진 현실에서 자신과는 또 다른 초상을 마주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희망을 찾아가고자 기획됐다.

노치욱 작가는 작품 ‘나는 타자이다’는 단순한 인물사진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얼굴의 사진으로 만들어 낸 하나의 작품이다.
‘나’라는 존재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인식되며, ‘타인’으로 이뤄진 존재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하나의 존재에 대한 여러 시각과 인식, 또 이를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여유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전한다. 스크린 속 관람객의 모습은, 어린아이의 얼굴로 모자이크된다.
우리 인생에서 어린 시절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고, 작은 일에도 웃음을 짓는 기분 좋은 때이다. 그래서 작가는 어린 아이들의 인물사진으로 이 작품을 구성했다.

노 작가의 '소리의 빛'은 소리를 내면 그 크기에 따라 전구의 불빛 밝기가 달라진다. 작가의 최신작으로 소리와 빛이 결합됐다. 나의 소리가 빛을 밝히고, 그 빛은 다시 나를 비추고 모든 것이 연결돼 있는 느낌을 들게 한다.
‘삼각형, 사각형, 동그라미’는 여러 명이 동시에 보는 것이 좋다. 각각의 도형은 한 사람에 대응된다.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도형들의 모양이 바뀐다. 나와 위치가 다른 옆 사람에게는 또 다른 모습으로 도형이 보여 진다.
예를 들면 사각형은 정사각형이었다가, 직사각형이 되었다가, 사다리꼴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내가 다름을 표현했다.

한승구 작가는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작품에 풀어냈다.
‘Mirror Mask’는 다가가는 순간 거울이 돼 관람객을 비춘다. 가면의 상태로 보려면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가까워지면 가면의 내부를 알 수 없게 숨어버리고, 회피해버리는 것이다. 거울을 통해 가면은 자신 속 자아를 지켜낸다.
구하정 전시해설사는 “작품을 제작할 쯤 작가는 스스로를 가리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이 더 쉬운 사회생활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전하며, “이 작품을 보면 행복한 순간들로만 꾸며진 SNS 속 우리를 떠올려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작가의 'Skin of Skin - Dia Black2'는 마치 선물 포장의 장식처럼 생긴 작품. 전구를 뾰족뾰족하게 둘러싸고 색색의 조명들로 내부를 감춘다. 화려한 색들은 자신을 은폐하기 위한 보호색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구보다 크게 만든 외형은 싸움 전 위협을 느낀 동물이 몸을 부풀리거나, 커보이게 과장하는 것 같다.
뾰족한 부분이 마치 가시처럼 ‘나를 건드리지 말아요!’하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이렇게 적당히 나를 감추며 거리를 두고 사회 속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석준 작가는 ‘수행자 No.4’를 통해 존재의 모순을 보여준다. 빛을 이용하기 위해 무거운 태양광 패널을 들고 있는 사람. 낮에는 빛을 모아 에너지를 만들고, 밤에는 이를 이용해 빛을 낸다. 태양광 판과 사람에게 낮과 밤은 너무도 상반된다. 밤에 빛날 에너지를 얻기 위한 사람의 고행은 우리의 처한 모순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이 연기가 가장 아름다운 연기라고 말했다’는 하 작가의 최신작으로 작품에 관람객이 등장한다.
관람객의 등장과 함께 다양한 색의 연기가 피어오른다. 예쁜 연기의 모습과 달리 바닥에 깔려 있는 검은 재들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아 버려진 스마트폰·가전제품 등의 ‘전자쓰레기’가 태워진 것이다.
쓰레기가 되기 전 많은 쓸모로 소중하게 대해졌을 제품들, 이제는 납·카드뮴·수은 등 유독물질을 내뿜는 연기가 됐다.
구하정 전시해설사는 “우리나라는 높은 전자쓰레기 배출국이자 수출국이다. 이 연기는 정말 아름다운 연기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많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고 ‘어떻게 만들었지’하며 신기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메시지가 있는지 느끼고 오랫동안 보고 가셨으면”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시는 3월 12일까지 진행된다. VR을 통해 메타버스로도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하며, 오는 22일, 2월 26일, 3월 5일에는 작가와 만남이 준비돼 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