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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임든’·‘대읙원’…점자 선거공보물 ‘오타’, 어찌 보라는 건가요

[기획] 선거에서 소외된 국민 ‘장애인’ ③

TV토론 후보자는 다수인데 수어통역사 1명뿐
점자 공보물에 오타 가득…점자·음성 병행해야
선거법 개정으로 '명시'돼야 장애인 차별 없어져

선거는 ‘민주주의 제도의 축제’로 불린다. 올해 대한민국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라는 두 차례 축제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 축제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안타까운 것은 장애인 참정권 보장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오랜 시간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매번 제자리인 이유에 대해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글자 못 읽어 아무데나 도장 꾹…발달장애인도 뽑고픈 후보 있는데”
② “다시 쓰세요, 다시” 윽박…발달장애인 경인 씨는 첫 투표를 포기했다

③ ‘ㄴ임든’·‘대읙원’…점자 공보물 ‘오타’, 어찌 보라는 건가요

<계속>

 

 

누군가에게 ‘한 표’를 행사하려면 그가 내세운 공약, 이력 등을 꼼꼼히 살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후보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사례가 TV 토론의 수어 통역사다. 여러 후보의 발언을 1명이 통역하다 보니, 한 명씩 발언할 때는 큰 문제가 없으나, 토론이 뜨거워지면 각 후보들이 차례를 지키지 않고 서로 나서서 말한다.

 

그렇게 되면 청각장애인은 수어 통역을 봐도 어느 후보자가 한 말인지 알 수 없다.  

 

공직선거법에는 ‘대담·토론회를 개최하는 때에는 청각장애선거인을 위하여 자막방송 또는 한국수어통역을 하여야 한다’(제82조의2 제12항)고는 적혀 있다.

 

하지만 통역 인원 수에 대한 명시는 없어, 사실상 1명만 세우는 요식행위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지역에서 주최하는 대담·토론의 경우 수어통역사가 필수가 아니어서, 아예 통역이 이뤄지지 않는다.

 

◇ 오타 가득한 점자 공보물

 

 

토론회뿐만 아니라 각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물도 비슷한 차별이 이뤄진다.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점자로 된 각 후보자의 공보물을 받는다. 공직선거법 제65조 4항에 ‘후보자는 점자형 선거공보를 작성·제출하여야 하되, 책자형 선거공보에 그 내용이 음성·점자 등으로 출력되는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를 표시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은 나름 잘 지켜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확인한 결과, 지난 21대 총선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1118명 중 1113명(99.5%)이 점자 공보물(QR포함)을 제출했다. 

 

다만, 문제는 공보물에 담긴 점자가 오타 등으로 인해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점자 공보물 검수를 맡았던 시각장애인 김인의 수지장애인생활자립센터 활동가는 “뉴스를 보면 (각 후보자의) 공약이 상당히 긴데 공보물에 적힌 점자와 실질적 내용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갖다’라는 말을 쓸 때 ‘가’는 약자가 있어서 한 글자가 되지만 'ㅈ'이 다음 줄로 넘어가 있거나 아예 탈자가 되어 알고 있던 단어가 맞나 싶다”라고 했다.

 

김 활동가가 검수 과정에서 확인하고 정정한 것들은 ▲‘지원하여 힘든 공수훈련을’이 → ‘지원하여 ㄴ임든 공수훈련을’로 ▲‘수립하도록 하여 채용’이→‘수립하도 옥 하여 채용’으로 ▲‘교육대학원’→‘교육대읙원’ 등이다.

 

◇ 시각장애인이라고 모두가 점자 읽는 것 아냐

 

 

점자로만 제공되는 공보물 역시 한계가 있다. 시각장애인이 모두 점자를 읽을 줄 아는 게 아니어서다. 

 

공직선거법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음성 공보물을 하게 돼 있다. 후보자들은 점자를 한 경우 음성은 사용치 않는다.

 

김 활동가는 이 역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법에 명시된 문구가 (점자·음성) 둘 중 하나만 하면 된다는 말이 아닐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차별을 받지 않게 하려는 것인데, 점자 공보물만 제공되면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다”며 각 후보자들이 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장애인 차별 멈추려면, 공직선거법 개정돼야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읽기 쉬운 공보물’을 주장하고 있다.

 

발달장애인권단체 한국 피플퍼스트 활동가 김수원 씨는 “현재 공보물 자체가 한문·영어 혹은 신조어 등 함축되어 있는 내용들로 많이 되어 있는데, 쉬운 언어를 사용해서 공약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읽기 쉬운) 공보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선관위는 ‘시각장애인 정보 접근성 강화’, ‘쉽게 설명한 투표 안내자료 개선’ 등을 발표했다. 다만 이는 투표 방법 및 절차에 대한 행정 정보일 뿐, 장애인 당사자들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한 후보 공보물 관련 내용은 없었다.

 

결국 장애인단체들은 수어 통역사를 늘리는 문제나 점자·음성 공보물, 읽기 쉬운 공보물을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에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활동가는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구체적 조항이 들어가야만 (쉬운 공보물, 그림투표용지 등) 할 수 있다고 핑계를 대면서, 우리의 요구를 안 들어 주고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역시 “문해력이 낮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공보물의 이해가 어렵다”며 “이분들을 위한 읽기 쉬운 공보물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앞서 지난해 10월 장애인 참정권을 두텁게 보장하고 누구나 어려움 없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아직 법안 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이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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