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을 동원해 온라인 댓글 공작을 지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윤승은)는 1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조 전 청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댓글을 무죄로 판단했다.
무죄로 판단된 글들은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작성·게시한 글, 차량 2부제 참여의사를 밝힌 시민에 자부심을 표현한 글, 학교폭력 근절을 희망한다는 글 등이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임한 기간이 27개월인데, 압수수색으로 확인한 인터넷 게시물 중 기소한 댓글이 1만 2800여 개에 불과해 국정원이나 국군기무사령부 등 다른 기관의 여론조작 댓글보다 현저히 적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피고인이 정치 편향 댓글로 여론조작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 전체 댓글 가운데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등의 댓글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대의제 민주 국가에서 권력기관인 경찰이 조직·계획적으로 개입했고, 헌법 질서에 반하는 데다 경찰청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며 “지시에 따른 경찰관의 자유 의사도 침해돼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이 범행 당시 초범이었던 점, 다른 범행과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함께 재판을 했을 경우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 재직 시절인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정보관리부 및 경찰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 등 부서 소속 경찰 1500여 명을 동원해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댓글 및 게시물을 작성토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응에 나선 이슈는 ▲천안함 사건 ▲유성기업 파업 ▲반값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 버스 등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에게 우회 아이피(VPN), 차명 아이디를 사용해 경찰,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게 하는 등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조 전 청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