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진·격리자용 임시기표소에서 선거관리원이 투표용지를 대신 받아 투표함에 넣는 등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 부실 관리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는 헌법적 가치인 선거 4대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진행된 지난 5일 확진·격리자용 임시기표소에는 투표함이 없어 유권자가 기표용지를 봉투에 넣으면 이를 종이상자 등에 담아 선거관리원에게 전달하고 선거관리원이 대신 투표함에 용지를 넣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권자들은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지 못하자 고성을 지르며 항의해 투표 시간이 미뤄지는 등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코로나19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관리에 관한 입장’을 통해 “3월5일 실시된 코로나19 확진 선거인(유권자)의 사전투표에 불편을 드려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실시한 임시기표소 투표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며 “지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와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선거일 자가격리자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공직선거법·선거관리규칙에 따르면 확진자와 비확진자 구분 없이 투표용지는 선거인이 직접 투표하도록 돼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선관위의 이 같은 행위는 선거 4대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대통령 선거는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하는데 선관위는 헌법적 가치 질서에 위배 되는 행위를 한 것”이라며 “이는 헌법상 가장 중요한 선거 원칙인 직접·평등·비밀선거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승 연구위원은 “일반 유권자와 다른 시간·방법·위치를 정한 것은 평등선거에 위배, 밀봉 하지 않아 제3자가 볼 수 있게 한 것은 비밀선거에, 투표함에 직접 투표하지 못 한 것은 직접선거에 반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선거인 157조·158조에 따르면 선거인은 기표한 후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선관위는 직접 투표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 교수는 “법을 못 고치더라도 코로나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내부 규정을 바꾸든 예외 규정을 추가하든 정비를 통해 투표를 진행했어야 한다”며 “앞으로 있을 9일 선거에서는 선관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