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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리는데 유쾌한 90분…B급 코믹 뮤지컬 ‘블러디 사일러스’

[공연 리뷰] 뮤지컬 ‘블러디 사일러스: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
뱀파이어 스토리 비틀어 … 5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2관

 

“나 좋아하지마”(류진)

“그게 뭔데”(준홍)

“나 좋아하지마”(류진)

“그게 뭐냐니까”(준홍)

“나 좋아하지 말라고”(류진)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준홍)

 

이 대사를 육성으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인터넷 소설의 명대사로, 밈(MEME)으로만 접했던 주옥같은 말을 실제로 들으니 살짝 민망했다. 그런데 자꾸만 웃음이 난다. ‘나 이런 거 좋아하네..?’ 새로운 취향을 발견했다.

 

지난달 15일 개막한 ‘블러디 사일러스: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는 B급 코믹 뮤지컬을 지향한다. 서울체고 사격부 선수인 ‘류진’이 뱀파이어 ‘생제르맹’의 계략에 빠져 뱀파이어가 된 ‘준홍’과 구마 사제 ‘헌식’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류진은 만년 2등으로 언제나 1등에 목마르다. 그러던 어느 날 슬럼프에 수전증까지 생기고, 사격부 감독은 류진에게 직업훈련소로가 불안해진 마음을 다잡고 쉬다 오라고 한다. 무색무취 무존재감의 준홍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다. ‘붉은 눈’을 본 후 뱀파이어가 된 준홍은 보건선생님의 권유로 직업훈련소로 떠난다.

 

그렇게 직업훈련소 ‘만성목공소’에서 만난 둘. 류진은 창백하리만치 하얀 준홍을 보고 영화 트와일라잇의 주인공 '에드워드 컬렌' 같다며 첫 눈에 반한다. 류진은 배배꼬며 수줍은 척하다가도 ‘그린라이트’를 외치며 가창력을 뽐내고 준홍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준홍을 향해 끊임없이 구애하지만 절대 수동적이지 않다. 준홍을 없애겠다는 헌식 앞을 가로 막는 당찬 소녀다.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는 가장 약한 존재였던 준홍은 사람들이 겁내는 뱀파이어가 됐지만, 사람을 해치지 않고 선지로 끼니를 때우며 선함을 잃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류진으로 인해 자신감이 생기고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

 

공연은 작은 틈도 놓치지 않고 재미 요소를 집어넣는다. 선지 배달이 오는 순간에도 마치 한 편의 광고처럼 ‘피난길 바로 그 맛, 쓰라린 상처 보듬어 준 바로 그 맛’이라며 노래를 부른다.

 

 

멋과 핏(fit)을 중시하며 존재감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구마사제는 자신의 은사를 죽게 만든 뱀파이어 생제르맹을 찾아 헤매다 준홍과 류진을 만나게 된다. 뱀파이어인 준홍을 처치하려다 류진에게 제압당한 뒤, 둘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고 생제르맹을 잡기 위한 작전을 펼친다.

 

‘긴장하지 말지어다’, ‘예의 없이 굴지어다’, ‘위기 속에서 서로를 믿는다’ 등 이 귀여운 작전은 생제르맹을 잡고 성공으로 끝을 맺을 수 있을까.

 

배우들의 호흡과 표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극장 뮤지컬이기에 오글(?)거리는 대사들에도 극의 몰입을 깨지 않고, 웃음이 난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류진과 선한 뱀파이어 준홍, 외모와 달리 자꾸만 어린척하는 헌식, 이 사건을 일으킨 생제르맹은 관객의 90분을 순간 삭제시킨다.

 

‘블러디 사일러스: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는 김리·금조(류진), 황민수·이진우·심수영(준홍), 윤석원·이경욱(헌식), 박한근·노희찬(생제르맹) 등 아홉 명의 배우가 출연하며, 다음달 15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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