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는 잘못이 될 수 없다."
공무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장애인 응시자에게 장애 관련 질문 후 최종 불합격시킨 지방자치단체가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피해 당사자인 A씨는 '더는 장애로 인해 개인이 비극적인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A씨는 추후 본 판결에 대한 항소심을 신청할 예정이다.
수원지법 행정3부(재판장 엄상문)는 21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이 경기 화성시 인사 위원장과 화성시를 상대로 제기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불합격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장애와 관련한 질문을 한 것은 위법이지만, 면접을 다시 보았고, 새로운 면접관들이 새로운 질문을 하였으니 (불합격 처분은) 관계없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소송을 제기한 장추련과 공익인원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재단법인 동천 등은 수원지법 후문에서 기자회견 열고 결과에 대해 지자체의 모순된 현실을 비판했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법원은 장애인을 차별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면죄부를 제공한 것이다"며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겠다 광고하며 정작 국가가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에서 차별을 일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본 사안이 장애인에 대한 직접 차별 뿐만 아니라 면접위원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위법한 것이며, 재판부 또한 편견과 선입견이 반영된 것이라며 반문했다.
김 사무국장은 "2020년 청각장애인 응시자를 탈락시킨 상황에서 지자체가 아닌 당사자의 손을 들어준 유사한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 재판부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장애인 차별 문제를 결론 내렸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소송을 담당한 김재왕 변호사는 재판부의 법리적 해석에 대해 "법원이 근거로 든 '하자의 치유'는 한번 행정청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다음번에 제대로 했다면 처음 잘못은 문제가 없다고 보는 법리이다"며 "1차 면접에서 장애와 관련한 질문을 수차례 받아 '미흡'처리를 받은 A씨는 사실상 추가 면접이 2번째 기회가 아닌 1번의 기회만 주어진 것이다"고 꼬집었다.
피해 당사자인 A씨는 이날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미리 준비해둔 발언문을 통해 공공의 영역에서 만연하는 장애인 차별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A씨의 발언문은 이승헌 장추련 활동가가 대독했다.
A씨는 발언문을 통해 "공직에 적합한 장애와 부적합한 장애는 따로 존재했던 건가, 어떤 유형의 장애가 공직에 적합한지 가려낼 수 있는 능력과 권리가 겨우 10여 분 남짓한 시간 동안 면접관들에게 존재하는 것이였나"라며 "아프다는 것은 개인에 있어서 비극적인 사건일 뿐, 잘못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20년 12월 화성시 공무원 공개채용에 응시했던 A씨가 면접 과정서 정신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가 불합격됐다고 주장하며 화성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