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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더 애절하고 당당해진 두 공주…신구 배우 조화 돋보인 ‘아이다’

코로나19로 취소됐던 ‘아이다’ 재귀환
원작 버전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지난 시즌 주연·앙상블에 새 출연진 합류
8월 7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뮤지컬 ‘아이다’의 원작 버전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새로운 ‘아이다’를 선보이기 위해 기존 버전을 마무리한다고 밝힌 원제작사 디즈니의 결정에 따라 2019-2020 그랜드 피날레 시즌으로 ‘아이다’가 찾아왔었으나,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부산 공연 일정이 전면 취소돼 아쉬움을 안겼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디즈니가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다’ 재정비 계획을 연기하면서, 한국 관객은 다시 한 번 ‘아이다’를 원작의 모습 그대로 볼 수 있게 됐다. 

 

배우 역시 지난 시즌 대부분을 만날 수 있다.  아이다 역의 윤공주·전나영, 라다메스 역 김우형·최재림, 암네리스 역 아이비, 조세르 역 박시원·박성환, 메렙 역 유승엽, 파라오 역 김선동, 아모나스로 역 오세준과 ‘제4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 앙상블 상을 수상했던 전체 앙상블이 무대에 다시 오른다. 

 

여기에 오디션을 통해 김수하와 민경아가 각각 아이다, 암네리스 역으로 새로 합류했으니, 신구 배우의 조화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기자는 아이다 김수하, 라다메스 최재림, 암네리스 아이비로 신구 배우의 조화를 엿볼 수 있는 회차를 관람했다.

 

2005년 국내 초연 후 다섯 시즌 동안 856회 공연, 누적 관객 92만 명이라는 ‘아이다’의 기록을 입증하듯 공연장은 1층에서 3층까지 관람객들로 붐볐다. 객석엔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작품은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노예가 된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

 

현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이집트관. 여러 사람들 속,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두 남녀는 닿을 듯 말 듯 서로를 지나친다. 미라로 전시돼 있던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가 그들을 지켜보며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나일강변에서 시작된 전쟁 속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 어긋난 사랑을 딛고 성장하는 공주 ‘암네리스’

 

‘아이다’의 시작과 끝은 암네리스가 열고 닫는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라다메스와 함께 자라왔다. 장군이 된 라다메스와의 결혼은 그에게 자연스러웠고, 라다메스를 향한 사랑도 당연했다. 둘 앞에 아이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극 초반 암네리스는 다소 ‘뻔한’ 공주님으로 비친다. 하늘하늘 레이스, 조명을 받아 한껏 빛나는 공단 소재의 옷들로 치장한 그는 “내면 말고 외모만 봐줘 … 평범한 의상을 입느니 차라리 맥주통을 입겠어. 내 드레스가 바로 또 다른 나”라고 외치며 철부지 공주님의 면모를 드러낸다. 한 나라의 공주이지만 나라의 정세 따위는 모른다.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자칫 얄미울 수 있는 이 캐릭터는 세 시즌 째 암네리스를 맡은 배우 아이비의 호연 덕에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관계를 모른 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내뱉는 대사들로 암네리스는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저 허영심에 빠져 있는 것 같지만, 암네리스도 고민이 있다. 백성들이 원하는 인형 같은 ‘공주’의 모습과 진짜 자신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노예 아이다를 나중에는 ‘친구’라고 지칭하며, 암네리스는 권위의식 없는 선한 공주로 표현된다.

 

암네리스의 결혼식 전날, 그는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알고도 “눈 감은 채 살아왔던 거야, 더는 그럴 수 없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어”라며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암네리스는 명분 없는 정복을 위한 전쟁을 멈추게 하고,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형벌을 직접 내리는 등 한 나라의 지도자인 진짜 ‘공주’로 거듭난다. 160분(인터미션 포함) ‘아이다’ 속 가장 성장하는 캐릭터는 바로 암네리스가 아닐까.

 

 

◇ ‘아이다’에 운명처럼 다가온 김수하

 

“2년 전 피날레 시즌 ‘아이다’를 보며 ‘나랑은 연이 없나보다’ 생각했는데, ‘아이다’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 오디션을 봤고, 작품을 하게 돼서 운명이라고 느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게 됐다”

 

지난 24일 진행된 ‘아이다’ 프레스콜에서 배우 김수하가 한 말이다. 김수하는 정말 ‘운명’인가보다 싶을 정도로 아이다를 잘 소화해 낸다.

 

어리지만 나약하지 않고, 겁나지만 당당하게 운명에 맞서는 아이다를 표정, 손짓, 목소리에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집트에 포획당한 순간, 병사의 칼을 빼앗아 자신과 누비아 여인들을 풀어 달라 말하는 아이다의 용기 있는 모습은 어떤 백성이 봐도 공주님이라고 모시고 싶을 것이다.

 

공주에서 적국의 노예로 전락한 처지임에도 라다메스에게 “넌 우리의 모든 걸 빼앗아 갔어. 헌데 이젠 우리의 영혼까지 원하다니. 절대 빼앗을 순 없어”라고 말한다.

 

 

특히, 넘버 ‘댄스 오브 더 로브(Dance of the robe)’에서 김수하의 진가가 발휘된다. 노예가 돼 수용소에서 살고 있는 백성들을 보며 자신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주저하던 아이다. 그러나 곡 후반 백성들의 울부짖음에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이 하나의 넘버 내에서 김수하는 자신이 뭘 할 수 있겠느냐며 자책하던 어린 공주에서 지도자로 나아간다. 자신감 없던 목소리는 강해지고, 힘없는 자세는 당당하고 꼿꼿하게 바뀐다. 백성들의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라고 외친다.

 

관객들은 넘버가 끝난 뒤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그 여운을 정말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무대 감독은 몇 초간의 시간차를 두고 장면을 전환한다. 하마터면 영영 보지 못할 뻔했던 김수하의 아이다를 만날 수 있어 행운이었다.

 

원작 버전으로 만날 수 있는 뮤지컬 ‘아이다’는 8월 7일까지, 서울 용산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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