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 임소연 지음 / 민음사 / 212쪽 / 1만 5000원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은 과학학자 임소연이 난자 냉동 기술, 차별적 언어를 구사하는 인공지능 챗봇, 여성형 비서 로봇들로 시끄러운 과학기술의 현장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검토한 책이다.
저자는 현대 과학의 표준을 벗어나는 여성의 몸은 오래도록 신비와 무지의 대상이었다며, 아이를 품은 성스러운 어머니상을 걷어 내면 입덧, 섭식장애, 냉동 난자, 성형 수술과 함께 살아가는 현실이 보인다고 말한다.
책은 과학의 역사 속에서 여성은 과학자로도, 과학의 연구 대상으로도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했다고 두 가지 예를 들어 주장한다.
18세기 중반 출간된 해부학 책에서 여성의 골격은 작은 두개골과 넓은 골반이 두드러지게 표현돼, 지능이 낮고 출산의 임무가 부과된 존재인 당대 여성의 이미지를 신체의 특징으로 강조했다.
또한 과학계 최초로 노벨상을 두 번 받은 프랑스 물리학자 마리 퀴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동료와 동등한 공동 연구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노벨물리학상 후보에서 제외될 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과학과 적대하며 살아야 할까’란 질문을 던지며, 비판만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역설한다. 여성과 과학을 함께 보는 종합적인 시야를 펼친다.
여성의 입장에서 과학에 접근하거나 과학에서 여성 쪽으로 나아갈 때 맞닥뜨리는 논쟁점을 전문적 학술 논의를 토대로 하나하나 검토한다.
성염색체와 뇌에서부터 태반 등 여성의 장기를 들여다보고, 난자 냉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아버지의 정자 쪽에도 초점을 맞춘다. 여성을 모방한 비서 로봇의 문제에 구체적으로 접근하며, 진화론·물리학과 페미니즘을 함께 연구하는 이점을 파악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과학 탐구의 출발 지점은 ‘순진무구한 호기심’이라기보다 우리의 때 묻은 현실이다. 이는 난자 냉동에 관한 고민,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받은 쌍꺼풀 수술, 화장품 광고만 띄우는 사회 관계망일 수도 있다. 과학 지식은 지식을 만드는 사람과 무관한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결과물로 보이지만, 자연과 사물의 세계는 나의 몸, 삶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과학의 범위를 실험실 밖으로 넓히는 책은 최신 과학기술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아직 과학과 어색한 사이인 독자를 초대한다. 수학과 과학에 약하다는 편견에 시달린 여성들, 과학에 관심이 없거나 과학을 싫어했던 문과생, 새롭고 낯선 과학기술의 정체가 궁금했던 독자가 함께 읽고 고민할 수 있는 삶의 문제를 다룬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