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모르면 한국서 어찌 살까? 국제규격에 알맞은 지식수준을 가졌음을 자랑하고 싶어서일까. 영어단어가 거리에서도 춤춘다. 영어를 한글로 쓰기도 하고, 영문자를 그대로 쓰기도 한다. 의미 없는 국적불명 말도 와글거린다.
언어의 속뜻을 공부하는 필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드물지 않다. 오늘의 주제는 ‘거리의 언어학’이다. 얼치기 영어가 거리를 질주하도록 방치되고 있다. 국어 버리고, ‘영어’를 수학과 함께 ‘필생의 과업’으로 삼는 나라의 영어 실력이 이 정도인가.
자동차 뒷 유리창에 세련된 디자인의 ‘baby in car’(베이비 인 카)라는 커다란 글자 스티커가 붙어있다. 차안에 아기가 있다는 말일까, 뜻만 통하면 된다고?
용(龍)과 드래곤(dragon)을 같은 단어로 아는 사람들의 평면적인 생각이다. 용은 드래곤이 아니다. 한국어로 외국어를 생각한다. 비교언어학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영어의 명사(noun)에 ‘a’ 또는 ‘the’ 같은 부정관사(不定冠詞)나 정관사가 꼭 붙는 것을 모든 학습자는 영어 공부 초기에 꼭 배운다. 잊었을까? 없으면 다른 뜻이 될 수도 있다.
‘baby’in(g) car’(베이빙 카)를 말하는 것이냐고 한 외국인이 농담처럼 묻더라는 얘기 들었다. ‘제멋대로(아기처럼) 운전하는 차라고 떠벌려 (다른 운전자를) 협박하는 것이냐?’라는 말이다. 발음만으로는 그렇게 알기 쉽다. 언어의 여러 얼굴이다.
메이커가 저렇게 만들었으니 그냥 산다고? 늘 봐도 ‘베이비 인 더 카’(baby in the car)는 없다. 사는 사람이 있으니 저 스티커 제품은 유행한다. 실소(失笑) 절로 나온다.
참다 못 했을까, 최근 ‘baby on board’(베이비 온 보드) 스티커가 어쩌다 보이기 시작했다. ‘아기가 타고 있다.’는 정확한(오해 소지 없는) 영어다. ‘온 보드’는 차나 비행기 등 여러 탈것에 공히 쓰이는 말이다.
‘BEST DRIVER’(베스트 드라이버)도 외국인의 의아함을 부르는 얼치기 말이다. 비싼 택시냐, 어떤 인증의 표시냐 묻는 다소간의 오해도 거리 현장에서 생긴다고 한다. 좋은(good)과 더 좋은(better), 그 다음의 가장 좋은(best)의 뜻의 혼동이겠다.
관할 행정관서의 ‘유식함’이 길거리를 무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의 모든 택시와 운전자의 모자에 ‘가장 좋은 운전자’라는 표지가 붙어있으면, 그 말의 뜻은 이미 죽었다. 베스트 드라이버는 (단어 뜻대로) 1명이어야 한다. 한 달 또는 1년 단위로 새로 뽑을 수도 있겠지만.
‘아기가 타고 있어요’ ‘좋은(착한) 운전자’라고 쓰던지, 꼭 영어로 쓰고 싶다면 외국인도 오해하지 않도록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왜 스스로 무식의 깃발을 걸까? ‘대충 쓰면 된다.’는 생각,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