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광산에서 근무한 A 씨는 최근 동네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소음성 난청 장해진단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몇 달 후 근로복지공단은 A 씨가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되었다고 볼 수 없어 장해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통지하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에는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85dB(A)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dB(A) 이상이고,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이 아니라면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될 수 있다.
A 씨는 1970년대 광산에서 굴진부로 총 7년 이상 근무하였다. 굴진부는 광산에서 굴을 뚫어 나가는 작업을 말하며, 85dB(A) 이상의 고소음이 발생한다. 그래서 A 씨는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에 부합한다. 그런데 왜 근로복지공단은 A 씨가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을까? 이유는 A 씨가 광산에서 7년간 근무했던 사실을 뒷받침해줄 객관적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회사에 근무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재직 중이라면 재직증명서나 월급명세서로 확인이 가능할 것이고, 퇴직한 근로자라도 회사가 폐업하지 않는 한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된다. 또한 재직·퇴직과 상관없이 국세청의 소득금액증명원이나 4대보험 가입내역을 발급받으면 근무했던 회사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월급 받은 통장내역, 회사에서 받은 각종 표창 등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자료들도 근무사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A 씨와 같이 오래전인 1970년대에 퇴직했고, 회사도 폐업한 경우이다. 회사가 폐업했기에 재직증명서는 발급할 수 없다. 또한 국세청의 소득금액증명원이나 4대보험 가입내역도 각각의 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기록되기 때문에 1970년대에 퇴직한 A씨의 근무내역은 확인할 수 없다.
예컨대 소득금액증명원은 1983년도부터, 국민연금은 1988년부터 가입내역이 확인된다. 퇴직한 지 40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자료도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A 씨의 근무이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는 셈이다. 그래서 A 씨는 당시 같이 근무했던 동료 근로자들의 인우보증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객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의 이러한 처사는 매우 부당하다. 물론, 객관적 자료 없이 항상 직업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득금액증명 및 4대보험이 도입되기 이전에 퇴직한 사람들은 매우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들에 대해서는 완화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현재와 달리 과거에는 모든 자료가 수기로 처리되었고 이를 개인이 보관, 저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소득금액증명원이나 4대보험 가입내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조차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면 근무를 했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어져 버린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퇴직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자료 입증이 아니라, 동료근로자의 인우보증, 해당 근로자의 업무 진술 등을 참고해 일관성이 있다면 직업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로복지공단도 특정 질병의 산재여부를 판단할 때는 인우보증과 근로자의 진술 등을 적극 고려한다. 그러나 소음성 난청의 경우에는 인우보증과 진술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질병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말이 되는가?
소득금액증명 및 4대보험이 도입되기 이전에 퇴직한 사람들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호하고 있는 근로자이다. 이들이 근무한 시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행정적 편의를 위해 객관적인 자료만을 요구하는 것은 이들의 권리행사를 처음부터 제한하는 것과 같다. 근로복지공단은 소음성 난청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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