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비이재명계’ 당대표 주자들이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연달아 찾으며 당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김 지사는 ‘복지부동’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정치교체공동추진위원장으로서 정치개혁과 협치 의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김 지사는 “경기도정 운영이 우선”이라며 계파 정치와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97그룹(70년대생·90년대 학번)’ 중 ‘비이재명계’ 당권 주자인 박용진·강병원 의원은 각각 지난 6일과 8일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 지사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11일에는 당대표 출마 선언 후 갈등을 겪고 있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도지사 집무실에서 비공개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권 출마자 중 가장 먼저 김 지사를 찾은 박 의원은 “민주당이 얼굴을 바꾼다고 해서 새로운 정당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 온 사람이 혁신의 길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박 의원을 반갑게 맞이하며 “경기도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국회의 지원과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정활동을 하시며 우리 도정에 대한 지원도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어 “당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입장은 전혀 아니지만 우리 경기도의 변화를 위해 제 모든 역량을 쓰고 있고 그게 당을 위한 것”이라며 “당내에서 변화가 없더라도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의 정신은 이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의원은 “민주당의 혁신이 아마 지사님이 민주당과의 합당 단일화 과정에서 이야기하신 정치 교체의 내용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며 “말하고 약속했던 걸 지키는 정당으로 이끌어가겠다”고 화답했다.
박 의원은 면담 뒤 기자 간담회에서도 “김 지사는 경기도정에서 성공해 민주당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것이라는 말씀을 했고, 저 또한 민주당의 변화·혁신을 끌어내야겠다고 약속하고 민주당이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야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민주당 ‘97그룹’ 당권 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출사표를 낸 강 의원은 지난 8일 김 지사와 만나 “당내 대권주자가 이재명 의원 한 분만 계시는데 여러 분이 계셔야 국민의 기대가 커질 것”이라며 “김 지사는 대권주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사님께서 4년 도지사직 잘하셔서 우리 당의 새 희망으로 돼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앞으로 보여주실 많은 것이 경기도정과 대한민국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저는 정치적 욕심 등 이런 것은 전혀 없다”며 “경기도정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에 올인하고 있다. 경기도를 위해 성과를 내는 게 당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먼저 솔선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우리 당부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과 변화를 해야 하고 민생·경제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보여줘야 한다. 저는 경기도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당대표 출사표를 던진 박 전 위원장은 당헌·당규 상 요건 불충족, 당내 비판 여론으로 인해 출마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기성 정치 퇴진 등을 요구하는 등 새 정치 의지를 피력해온 박 전 위원장은 김 지사를 만나 정치교체 등 정치개혁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당대표 대진표는 ‘97그룹’의 강병원·박용진·강훈식·박주민 의원,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김민석 의원 등으로 압축됐다. 유력 당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우원식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대진표 완성을 위한 수순은 아직 남은 상황이다. 또 다른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조만간 당대표 출마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