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8기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와의 마찰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도정 운영 갈등 해결의 핵심 키를 쥐고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김 지사는 낮은 단계부터 시작해 이해와 신뢰를 쌓아 점차 높은 단계로 가는 ‘단계적 협치’를 강조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도 꿰지 못해 ‘말뿐인 협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부지사직 신설 등을 포함한 도 조직개편안 시행 등을 코앞에 둔 정치 신인 김 지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경기도형 협치 모델’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김 지사는 18일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후 “낮은 단계의 협치부터 시작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해와 신뢰로 기반을 쌓은 뒤 점차 넓혀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단계별 협치 구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김 지사가 낮은 단계의 ‘정책 협치’부터 시작해 신뢰와 이해관계를 구축하며 훨씬 더 높은 단계인 ‘연정’까지도 나아가겠다는 바람을 드러냈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우선 ‘경제부지사 신설’이 골자인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끝내 도의회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법정 시한에 따라 19일에 공포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조례 공포는 법적 의무”라며 “저는 지사로서 법적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내일이 시한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리면서 합의 내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협치를 강조해 온 김 지사 측은 새로 출범한 11대 도의회 국민의힘에서 계속 반대 입장을 펼치자 개정조례안 공포를 보류한 바 있다.
도의회 국민의힘 측에서는 조례 공포 시한을 앞두고 더욱 거센 반발이 일었다. 지미연 수석대변인 등 국민의힘 대표단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졸속 처리로 문제가 많은 조례안을 공포할 경우 등원을 거부하겠다”며 강경 대응까지 선언한 상황이다.
‘민생경제 회복’ 과제 해결을 위해 김 지사는 개정 조례 공포가 불가피하지만, 조례 공포를 하게 될 경우 ‘양당 합의까지 조례 공포를 보류’하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협치 역시도 어긋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김 지사는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의원과 남종섭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등과 회동을 갖고 양당이 의장선출 방식과 원 구성 등에 합의할 때까지 도가 해당 조례를 공포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아울러 협치를 위해 김 지사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도 다시 한 번 제안했지만 이에 대해 도의회 여야 측 모두가 냉랭한 입장이다.
곽미숙 의원은 “협치라는 단어가 자기 필요할 때만 쓰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여야정 협의체를 왜 이제 와서 만들려는지 모르겠다. 정책, 예산과 관련해선 의회와 소통하고 의논해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여야 동수의 도의회와 협치를 위해선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하지만 정치 신인인 김 지사에게는 이 같은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협치를 끌어낼 수 있는 정무수석의 역할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무수석은 도의회 여야 원내대표와 접촉하면서 집행부의 정책 시행이나 예산 편성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김 지사는 “정무수석을 빨리 선임하려고 한다. 도와 도의회 간 각종 협의 등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정무수석) 후보 몇 분을 압축해 곧 임명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협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녹록치 않다”면서도 “(김 지사는) 끊임없이 협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협치를 통해 새로운 도정 운영의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이는 결국 정치적으로 큰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