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간 운영된 무료급식소·노숙인 쉼터가 사라지지 않도록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사)유쾌한공동체의 대표 말이다. 안양역 인근에서 무료급식소·노숙인 쉼터를 운영하는 유쾌한공동체는 일대가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시설 일대는 현재 지하 4층~지상 35층 규모의 아파트 8개동(853가구)이 들어서는 ‘안양역세권 지구 재개발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근처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이춘배 씨(가명, 57세)는 “재개발로 시설들이 사라진다는 건 독거노인·노숙인들을 쫓아내는 것”이라며 “이들도 지역에서 공존하며 살 수 있도록 시가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는 1998년에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시절부터 늘어나는 거리의 노숙인들을 돕기 위해 결성됐다. 공동체는 안양뿐만 아니라 과천·의왕·군포 등 경기 중부 지역에서 노숙인·독거노인 등에 도움을 제공했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무료급식소에 하루 100여 명의 노숙인·독거노인들이 찾아와 식사한다. 무료급식소 인근에 사는 주민 조대선 씨(60세)는 “무료급식소가 그간 쓸쓸히 사는 어르신들과 오갈 곳 없는 노숙인들을 살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근처에 있는 노숙인 쉼터 ‘희망사랑방’은 노숙인들에게 간단한 상담이나 치료를 제공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취업안내도 진행한다. 쉼터를 찾는 노숙인 최기풍 씨(가명, 63세)는 “이곳이 없어지면 노숙인들은 어디 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공동체는 오늘 10월까지 시설을 옮겨야 하지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타지에서 비슷한 규모의 시설을 운영하려면 보증금 2억 원과 월세 1000만 원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승영 대표는 안양시가 취약계층 청사진 재설계·공식 돌봄 시설 건립 후 위탁 등 대책마련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시에서 이전에 필요한 보증금과 구조 변경 비용을 일부 제공하기로 했지만, 살인적인 부동산 비용을 고려하면 부족하다”면서 “지역에서 노숙인·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시설·정책을 이 기회에 양성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체는 8월 중 간담회를 개최해 이 문제를 지역사회에 공론화 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임석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