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 땅끝에 가고 싶다 / 임철우·박병두 등 지음 / 일상이상 / 316쪽 / 1만 6000원
땅끝이라는 지명이 풍기는 말맛은 미묘하다. 얼른 듣기에는 ‘세상의 끝’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래서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강렬하게 유인하는 힘이 있다. … 찾아가면 정반대의 의미로 다가온다. 끝은 시작의 반대말이 아니라 같은 말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땅끝은 한반도의 종점이 아니라 출발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p176~177 중에서)
문화예술인들이 해남에서 보고 느낀 소회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해남 땅끝에 가고 싶다’는 김남주, 고정희, 김지하 등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새로운 희망을 얻어 갔던 해남을 풀어낸다.
해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예술적 영감을 얻기 얻거나 삶에 쉼표와 물음표, 느낌표가 필요할 때 찾는 곳이다.
땅끝은 얼핏 ‘세상의 끝’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이순신이 재기불능 상태에 빠진 수군을 이끌고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곳도 해남이고, 저항시인이었던 김지하가 투쟁보다는 사랑을 노래하는 생명사상의 시인으로 거듭난 곳도 해남이며, 민중해방과 여성해방을 위해 온몸을 내던진 김남주, 고정희 시인의 생가가 있는 곳도 해남이고, 임권택 감독이 ‘서편제’ 등 작품을 구상한 곳도 해남이다.
영화감독 곽재용과 소설가 신경숙 등은 따뜻한 해남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고, 뮤지컬 제작자 박명성과 시인 조동범 등은 해남의 맛을 소개했다.
책은 해남의 명소들도 담고 있는데, 소설가 임철우는 두륜산, 시인 김윤배는 미황사, 시인 문효치는 일지암, 시인 이지엽은 은적사, 시인 이재무는 어란포구, 시인 송소영은 땅끝황토나라테마촌, 영화평론가 조희문은 해남공룡박물관, 시인 허형만은 법정 스님 마을 도서관에서 느낀 마음들을 밝혔다. 동양화가 김대원은 최근 해남을 여행하며 화폭에 담아낸 작품들을 이 책에 싣기도 했다.
한반도의 땅끝에 위치한 해남은 포근한 바다와 섬, 두륜산 등 뛰어난 자연 경관은 물론, 대흥사, 미황사 등 천년고도를 뿜어내는 문화유산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한다.
다양한 섬과 갯벌, 맑고 깨끗한 바다, 자연 친화형 관광과 해양, 생태, 문화, 음식 등 특화자원이 넉넉한 곳 해남. 남도 예술의 멋과 청정 자연이 제공하는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쉬었다 가는 데 그치지 않고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해남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해남 사람들의 정신문화를 가까이 만날 수 있다. 그 안에서 따뜻한 위안과 평안한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