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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판타 레이

 

『판타 레이』. 기계공학을 전공한 민태기 박사의 책 제목이다. 공학자의 책이지만, 인문학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명품 걸작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revolution)에 관한 새로운 발견은 데카르트를 거쳐 뉴턴 역학을 탄생시켰고, 뉴턴 역학은 열역학과 전자기학으로 이어졌다. 코페르니쿠스의 업적은 이렇게 역사에 미친 충격이 컸다. 하여 revolution은 나중에 혁명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저자인 민태기 박사는 이 이론들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잃어버린 고리’를 ‘판타 레이’라는 개념에서 찾는다. 판타 레이(Panta rhei)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말로 ‘만물은 유전한다.’ 라는 뜻이다. 잃어버린 고리를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과학과 경제, 사상, 철학, 역사, 음악, 미술 등과 관련된 주옥같은 이야기와 유명인사들의 삶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볼륨은 꽤 되지만 읽다 보면 책을 덮을 수 없을 만큼 재미가 쏠쏠하다.

 

17세기 유럽에는 커피하우스가 곳곳에서 성업 중이었다. 커피하우스는 신흥 부르주아 지식인들의 사교장이자 토론장이었다. 커피하우스 출입이 금지된 귀부인 여성들은 따로 살롱을 개설해 새로운 학문과 지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이 살롱에 영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볼테르가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가지고 와 풀어놓았다. 『프린키피아』가 수학과 물리학 교과서가 아니라 구체제를 무너뜨릴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던 것이다. 『프린키피아』는 달랑베르, 디드로, 루소에까지 영향을 주며 『백과사전 혹은 과학, 예술, 기술에 대한 이성적인 사전』의 출판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기반이 된 백과전서파의 탄생이다.

 

볼테르는 이미 수학과 물리학의 대가 반열에 올라 있던 후작 부인 샤틀레와 연인관계가 되어 본격적으로 뉴턴 역학을 연구해 『철학 서간』을 출판했고, 샤틀레와 공저로 『뉴턴 철학의 기본 요소들』을 출판하며 뉴턴 역학을 알리는 데 박차를 가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닮은 달랑베르의 출생에 관한 얘기, 볼테르와 루소의 불화, 루소의 이중성에 관한 에피소드도 곁들여진다. 그 밖에 뉴턴과 라이프니쯔의 갈등, 헨델이 영국으로 간 사연, 헨델과 라이프니쯔의 엇갈린 운명 등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과학은 고립된 개별 분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탄생시킨 우리 사회에 대한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의 산물이다.” 칸트의 박사학위 논문이 뉴턴의 중력이론을 기반으로 태양계 행성에 관한 가설을 제기한 ‘일반 자연사와 천체 이론’이고, 헤겔의 박사학위 논문은 ‘행성들의 궤도에 관하여’였다는 사실도 상기하면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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