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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나치즘과 국가보안법

 

우리는 순수하기에 우리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적(主敵)을 설정하고 폭력의 정당성을 내세울 때 도덕은 세 가치 차원에서 패배하게 된다.

 

첫 번째 단계는 비인간화(dehumanization)이다. 곧 주적 집단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얼굴이 빨갛고 뿔이 달린 도깨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콘라트 로렌츠는 나중에 동물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인종의 정치학을 위한 나치의 업무를 위한 논문에서 결함이 있는 구성원들을 갖고 있는 국가는 악성 종양을 지닌 개인과 같다고 썼다. 유대인들을 인류의 몸에 붙은 썩은 종양과 같다고 본 것이다.(90-92쪽) 

 

남한의 국가보안법은 북조선을 반국가불법단체로 명명함으로 한반도라는 몸에서 제거해야 할 암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이 희생자라는 의식(victimhood)을 확립하는 것이다. 적들에게서 인간성을 박탈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가 자행하려는 악에 대한 책임감을 넘겨줄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기위해 스스로를 희생자로 정의한다. 따라서 살인을 하고 심지어 종족학살을 자행하는 것은 단순히 자기방어 행위가 된다. 제프리 허프가 지적한 것처럼, 히틀러와 그의 선전 요원들은 서로 완전히 모순되는 두 가지 생각을 강조해야만 했다. 즉 “하나는 지배자 민족이라는 거창한 생각이며, 다른 하나는 사면초가에 몰린 무고한 희생자라는 자기 연민의 피해망상이었다.”(93-97쪽) 

 

남한은 세계 6위의 군사대국이라고 자랑하는 반면 북조선이 가진 핵무기와 미사일에 의해 모든 것이 일순간에 잿더미로 변할 것이라는 피해자 의식을 조장하고 있으며, 국민소득 4만불의 세계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지만, 북쪽의 댐 하나가 무너지면 서울이 물바다가 될 것이라는 피해망상을 갖고 있다. 자기를 희생자라고 생각하면 인간은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고 만다. 질병의 원인이 마녀들에게 있다고 해서 마녀들을 죽이면, 마녀들은 죽지만 질병은 그대로 남아 있다. 자기를 희생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타락시킨다. 남한이 세계 최고의 자살률 국가가 되는 근본 원인이다. 

 

적에 대한 비인간화와 자신이 희생자라는 의식이 결합하면, 도덕이 패배하는 세 번째 단계가 가능해지는데, 그것은 이타주의적인 대의명분을 내세워 악을 자행하는 단계다. 나치즘은 스스로를 매우 도덕적 운동으로 규정하여, 민족의 혈관에서 독이 되는 이질적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아리안 족속의 위대함을 회복하고, 세상에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같은 거짓 교리들을 없애고, 민족을 타락에서 구출하는 정화운동이라고 했다. 히틀러는 『나의 투쟁』에서 “민족국가의 최고 목적은 문화를 만들고 고귀한 인간 본성의 아름다움과 존엄성을 창조하는 원래의 인종적 요소들을 보존하는 일이며, 유대인들을 멸절시키는 것이 주님의 사역을 내가 하는 것”이라고 썼다.(98-100쪽) 

 

국가보안법을 다루는 공안검찰, 경찰, 국정원 관계자들은 한민족의 순수성을 지키고 그 문화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빨갱이’들을 과감히 처단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만약 기독교인이라면 주님의 사역을 내가 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출처: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 랍비 조너선 색스 지음 김준우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