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를 본적이 없으므로 천사를 그릴 수 없다.”
19세기 사실주의 회화의 선구자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의 말이다. 그는 초라한 행색의 노동자, 주름이 깊게 팬 노인 등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현실 속 사람들을 그렸다. 이상적, 감동적 주제만을 다뤘던 르네상스 시대를 넘어 일상적 소재와 주변의 풍속 등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화폭에 담았다.
이렇듯 사실주의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생활상을 진실되게 그리는 것이었다.
지난 17일 경기 성남 수호갤러리에서 개막한 전시 ‘멋진 신세계를 열다 파트4. 리얼리즘’은 이석주, 김남표, 송형노, 이경미, 정성원 등 동시대 작가 5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현실 세계를 비춘다. 각 작가들이 사유한 결과를 살피며 삶의 본질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송형노 작가는 동물을 은유적인 표현의 소재로 활용해 관람객의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좁게는 작가와 그의 가족 이야기, 넓게는 현대인의 이야기로 확장해 해석할 수 있다. 꿈을 꾸는 듯한 동물들의 모습이 극사실적으로 그려져, 이상향을 좇는 우리의 모습에 이입되기도 한다.
이경미 작가는 다채로운 색의 풍선과 타이포그래피로 강렬한 이미지를 그려낸다. 바람이 빠진 화려한 풍선은 찬란한 인생의 절정기를 지나 서서히 성숙해져가는 우리의 인생을 보여 준다. 점점 바람이 빠져가고 있는 현재의 삶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정성원 작가는 비이상적인 사회 속 메말라가는 감정을 가진 대중들에게 초현실적인 세상을 그림으로 보여 준다. 눈에 보이는 행복만 바라는 우리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상실의 세상에서 개개인의 이상향은 어쩌면 본인들이 꺼낼 수 없는 깊은 곳에 숨겨놓았을지도 모를 테니 어린 시절 꿈을 찾던 시절로 돌아가 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한편, ‘멋진 신세계를 열다 파트4. 리얼리즘’은 수호갤러리 2022 기획전으로, 지난 ▲변용국 개인전 : 내 마음에 흐르는 강 ▲미학적 사유 ▲도큐멘타(Documenta)에 이은 4번 째 전시이다.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예술을 통해 읽어보고자 기획됐다. 전시는 9월 16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