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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의 와인살롱] 테슬라와 네추럴 와인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친구와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친구의 차, 테슬라를 타고 가는 내내 나는 네추럴 와인을 마셨고 둘만의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전기차는 몇 번 타 본 경험이 있었지만, 테슬라는 처음이었다. 평소 내가 탔던 차들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자율주행 기능의 수준이 높아서 장거리 주행의 편리성을 물론, 막연히 생각했던 충전도 전혀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어 분명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른 점이 보였다.

 

고속도로에서는 FSD (Full self diving)기능을 사용함으로서 운전의 피로감도 상대적으로 적고, 심지어 주차할 때도 핸드폰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신기했다. 이런 게 소위 ‘쿨해’ 보인다는 걸까. 그 분위기에 취해 나도 와인을 꺼내 마셨다. 그때 옆자리에 있던 친구가 어떤 와인을 마시냐고 물었다. 

 

“이게 이제 막 국내로 들어온 스페인 내추럴 수상 와인이야. 이번에 추석 선물로 어떤 와인을 선물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마침내 고른 와인. 어때, 레이블 참 예쁘지?”

 

요즘 가장 즐겨 마시는 네추럴 와인 3종을 소개했다. 2병에 5만 원 정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개성 있는 레이블이 소위 ‘인싸(Insider)’ 느낌이 나서 좋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와인의 맛이 우리나라의 명절 음식과 잘 어울려서였다.

 

레드와 화이트 두 병 모두 산도가 있고 깊은 맛이 나는 이 네추럴 와인은 2021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유기농 와인대회에서 93점 금상을 수상하기까지 해 올 추석 선물로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다음 날 와인을 마셔 본 지인들은 네추럴 와인의 워터리함이 목 넘김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기름진 추석 음식이랑 너무 잘 어울려서 가족들과도 모두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다음 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문득 친구가 테슬라를 고른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내가 네추럴 와인을 선택한 이유와 매우 흡사했다.

 

‘실용성’, ‘친환경적’, ‘새로운 시장’.

 

테슬라는 실용성을 내세워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냈다. 내연 기관차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져 차별적 우위를 갖게 되면서 고객은 자신들이 선택의 주체가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혁신적인 신기술과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구매하면서, 얼리 어답터라는 인식을 갖게 해줌과 동시에 유행의 선도 주자인 느낌을 준다.

 

‘희소성’ 하지만 생산 관점에서 보면 병입 후에도 살아 숨 쉬는 네추럴 와인은 더 특별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해마다 포도 농사와 양조 과정의 컨디션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다량의 품종으로 소량의 인위적인 힘을 빌리지 않고 양조할 수 있는 양은 한 와이너리에서 1년에 많아야 1만 병 정도이다. 이걸 전 세계에 나눠서 배분하면 국내에 수입되는 양은 고작 몇백 또는 몇십 병에 불과하다. ‘지금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와인.’ 그 희소성은 분명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다.
 
테슬라와 네추럴 와인. 서로 다른 두 상품이 비슷한 특징으로 요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고객이 그 시장을 스스로 만든다는 점. 추석 연휴 1박 2일이란 짧은 여행동안, ‘가치 소비’와 ‘경험 중심 소비문화’는 와인숍을 운영하는 내게 커다란 질문을 던져주었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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