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고 동그란 눈에 선으로 휙 그은 코와 입술. 단순하면서도 재치 있는 작품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첫 회고전이 열렸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지난 1일 개막한 전시 ‘그러면, 거기’는 일러스트, 회화, 조각과 오브제, 미디어 아트까지 1000여 점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장 줄리앙은 사회적 현안과 현대인들의 일상을 풍부한 표정의 캐릭터들로 익살스럽게 표현해 낸다. 삽화 작품뿐만 아니라 의류, 출판, 생활용품,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시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 줄리앙은 “이번 전시를 보면 제 작품 세계가 어디에서부터 시작이 됐고, 그 근원은 어디인지 그리고 현재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총체적으로 알 수 있다”며 “작가로서 저 자신에 대한 고찰뿐만 아니라 관객들께서도 이 작가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장 줄리앙은 전시 작품 설치 기간에 내한해 약 2주간 전시 공간을 직접 채우며 전시장 조성 과정에 참여했다.
작은 전시 안내 문구부터 벽면을 빼곡히 채워 넣은 대형 벽화까지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작업물들이 전시장 곳곳에 가득하다. 전시장 내부에 마치 기존 작품처럼 연출된 작가의 드로잉 작업을 찾아보는 것도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전시장은 ▲100권의 스케치북 ▲드로잉 ▲모형에서 영상으로 ▲가족 등 작가의 작품이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총 12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전시장 입구에는 작가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록한 거대한 스케치북이 펼쳐져 관람객을 맞는다.

특히, 작가가 연필을 잡는 방법을 익힌 순간부터 틈나는 대로 드로잉한 100권의 스케치북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다.
장 줄리앙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흥미를 가졌던 모든 것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100권의 스케치북’ 공간에는 제가 18년간 작업했던 모든 기록들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모형에서 영상으로’는 작가의 수많은 실험적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내 기술적 능력은 한계가 있을지 몰라도 내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그의 말처럼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작가의 확장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가족’은 작품의 밑거름이 돼준 가족들과 함께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만든 공간이다. 프랑스 레스코닐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현재도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이 있다. 집에 노란 탁자가 있는 공간은 그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고,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특별한 곳이다.

‘소셜 미디어’는 작가가 사람들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매체로 활용하는 사회 관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에게 사회 관계망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논평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자 새로운 아이디어와 표현 재료를 실험하는 공간이 된다.
한편, 야외 공간인 잔디 언덕에도 두 점의 작품이 설치됐다. 작가가 최초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작품 ‘오또(Otto)’와 이번 전시를 총괄한 허재영 디렉터와 협업을 뜻하는 ‘퓨전(Fusion)’을 선보인다.
장 줄리앙의 초기작부터 최신 작품들까지 작품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 ‘그러면, 거기’는 내년 1월 8일까지 진행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 쉬운 우리말로 고쳤습니다.
(원문) 일러스트 작품뿐만 아니라 의류, 출판, 생활용품,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