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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우당탕탕 스포츠클럽 여자풋살 대회 우승기 



스포츠 클럽 대회는 학생들의 건강과 체력증진을 위해 시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체육대회다. 코로나 전에는 체육 전담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피구 대회에 나가는 걸 인솔 교사로 따라간 적이 있다. 담임교사에게 대회 출전 여부를 묻는 경우는 없는 편이다. 올해는 담임체육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넷볼과 풋살하는 걸 체육 선생님께서 알고 계셨기에 혹시 풋살 대회에 참가할 생각이 있냐고 물으셨다. 신청할 때 풋살은 여자부만 있었기에 옆반 선생님과 상의 후 흔쾌히 참가하겠다고 답변드렸다. 

처음에는 풋살 경기 참가 제한인원이 10명 뿐이라 걱정이었다. 6학년 여자 학생이 모두 합쳐 21명인데 누군가를 뽑아서 대회에 나가기가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나중에 참가 인원이 15명으로 바뀌었고 대회가 주말이라 당일에 일정이 있어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을 감안하면 모두가 연습에 참여해도 될 듯 했다. 그때부터 풋살 초보 탈출을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아이들에게 대회의 존재 여부를 알리고 운동의 즐거움으로 동기부여를 한 다음, 중간놀이 시간과 점심시간에 함께 풋살을 연습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대회만을 위한 연습은 아니고 수업시간에 풋살 리그전을 하겠다고 말했더니 여자아이들 대부분이 응했다. 그때부터 매일 쉬는시간, 점심시간, 때로는 아침시간과 방과후에 틈틈이 모여서 연습이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풋살 왕초보였다. 그도 그럴게 체육 시간에 한두번 공을 차본 걸로는 게임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패스를 받으면 공이 뒤로 빠지는 수준의 전형적인 초보의 모습이었다. 전원 공격, 전원 방어 소위 말하는 토탈 싸커였다. 공 하나에 필드 위 전원이 따라 붙어서 공은 보이지 않고 사람만 빽빽하게 서 있었다.

그래도 여자 아이들이 땀을 뻘뻘흘리며 상기된 표정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평소 체육시간에 소극적이었던 친구도 공을 따라 열심히 달렸다. 강아지들이 공을 보면 흥분하며 뛰는 것처럼 인간 본능 한켠에 동그랗고 굴러가는 물체를 보면 흥분하는 스위치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보통은 남자아이들에게만 운동장과 공 찰 기회가 주어지니까 여자아이들은 스위치를 켜 볼 기회조차 없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흥분한 게 눈에 보였다.

매일 연습한지 한 달이 지나자 토탈싸커에서 자기 자리와 위치를 지켜가며 뛸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때부터 패스가 연결되는 아름다운 모습이 보였다. 최종 수비가 공에 임팩트를 정확히 맞춰서 상대 진영으로 멀리 걷어 내는 장면들도 나왔다. 아직 초보들이지만 이 정도면 대회에서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보 대 초보로 붙는다면 매일 연습한 우리 친구들의 실력이 급성장하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이런 자신감은 대회에서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평소 연습 경기때 빠른 발로 골을 많이 넣던 친구들이 실제 경기 때도 골을 뻥뻥 넣어줬다. 필드 골 하나에 나머지 세골이 전부 코너킥 상황에서 나왔다는 게 뿌듯했다. 대회 당일 새벽부터 모여서 코너킥 연습을 하고 경기장에 들어간게 효과가 있었다. 무패로 우승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 피곤하지만 행복했다.

성인이 되서 풋살을 시작하고 아쉬웠던 게 어렸을 때 조금이라도 공 다루는 법을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였다. 남자아이들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축구 클럽에 다닌 것과 상반되게 여자친구들은 공과 관련된 운동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이런 대회가 아이들이 공과 관련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나 다름없다. 다음에도 여자 아이들과 대회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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