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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78. 가뭄을 대하는 조상들의 마음


옛날 사람들은 폭우가 쏟아지거나 극심한 가뭄이 들면 하늘을 두려워하고 모든 행동을 조심하였다. 심지어 일식과 월식도 대수롭게 넘기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자연재해와 기상이변을 교만해진 세상을 하늘이 징계하고 경계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 중에서 가뭄은 그 해의 농사에 결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백성들의 마음은 매우 절실했다.
 
해마다 음력 5월 10일이면 비가 오는데 이를 사람들은 태종우(太宗雨)라고 부른다. 태종우 외에 5월 24일 내리는 태조우(太祖雨)와 5월 4일에 내리는 효종우(孝宗雨)가 있다.

 

 

태조 이성계가 1392년 7월 17일 왕위에 오르자 오랫동안 가물었는데 다음날 비가 억수같이 내리므로 백성들이 기쁘게 여겼다. 태조가 승하하기 이틀 전에 한강 등지에서 기우제를 지냈는데 1408년 5월 24일 큰 비가 내리고 태조가 승하했다.
 


효종(孝宗)은 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는 그 고통이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여겨 비를 비는 데 쓰는 희생(犧牲)을 자신의 몸으로 대신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매양 제물을 깨끗이 준비하여 몸소 기우제를 지냈는데 아무리 타는 듯이 뜨거운 무더위라 해도 관을 벗거나 허리띠를 푼 적이 없이 밤까지 계속하였으므로 그 지성에 감동되어 단비가 금방 내리기도 하였다. 1659년 봄에 또 가뭄이 들어 여름까지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4월 26일 친히 기우제를 지냈다. 제문에 자신(임금)의 부덕함을 탓하는 내용이 없으니 신하에게 고쳐 쓰도록 했고 기우제를 지내자 큰 비가 내렸다. 기우제 지내느라 종기 치료에 소홀하여 병이 악화돼 침을 맞았는데 출혈이 심하여 5월 4일 승하하였다.
 


5월 10일은 조선 태종(太宗)이 세상을 뜬 날이다. 태종이 말년에 노쇠하여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에 날씨가 오랫동안 가물어서 온갖 농작물이 거의 말라 죽게 되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전국의 유명한 산천에 두루 기우제를 올리는 방법 밖에 없었다.


태종이 가뭄을 근심하여 말하기를, "날씨가 이와 같이 가무니 백성들이 장차 어떻게 산단 말인가. 내가 마땅히 하늘에 올라가서 이를 고하여 즉시 단비를 내리게 하겠다" 하였는데, 과연 이튿날 태종이 승하하고 이어서 경기도 지역에 큰비가 와서 가뭄이 해소되고 마침내 풍년이 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해마다 5월 10일이면 비가 오지 않은 적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이 이를 일러 태종우라고 하였다.
 
조선왕조 500년 내내 태조우, 태종우, 효종우 등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계속 이어졌다. 조선의 운명이 거의 기울어가는 고종(高宗) 10년(1873) 5월 24일 태조의 건원릉(健元陵)과 태종의 헌릉(獻陵) 등을 살펴 본 이승보가 아뢰기를, "어제는 들판에 가뭄 걱정이 많았는데, 오늘 돌아오면서 보니 해갈은 넉넉히 되었으나 흡족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날씨가 비구름이 아직 많으니 이어 쏟아질 가망이 있을 듯합니다. 신이 능군(陵軍)의 말을 들으니, ‘5월 가뭄을 당할 때면 농민들이 서로들 말하기를, ’건원릉의 기신일(忌辰日)이 어느 날인가?‘라고 합니다. 매년 기신일마다 단비가 내린 적이 많기 때문에 농민들이 이런 말을 하면서 비 오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지난해 오늘도 단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하였다.
 
고종 임금이 이르기를, "지난해 오늘 과연 단비가 쏟아졌었다. 5월 24일에 내리는 비를 ‘태조우’라고 하고 10일에 내리는 비를 ‘태종우’라고 한다. 이는 전해 내려오는 말이다. 하늘을 오르내리시는 성조(聖祖)의 영령들께서 백성들의 일을 안타까이 염려하시기 때문에 이렇게 저승에서 감응하는 것이다" 하였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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