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9 참사’가 벌어진지 오늘로 49일을 맞았지만, 희생자들을 향한 비방과 혐오성 막말이 계속되면서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자 심리적 방역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10·29 참사 생존자인 10대 고등학생 A군이 서울의 한 숙박업소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참사 당시 친구 2명과 이태원을 방문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인파에 갇혔다. A군은 심한 부상을 입고 목숨을 건졌지만, 함께 간 친구 2명을 사고 현장에서 떠나보냈다.
A군은 이후 정기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는 등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참사에서 친구를 잃고 자신만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A군의 어머니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참사로 잃은 친구를 모욕하는 댓글에 화를 많이 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참사가 발생한 이후 온라인 상에는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비방 및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잘못해서 사고 났다”, “사망자들끼리 질서 안 지키다 죽은 것 아니냐”, “참사가 벌어질 동안 부모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등 혐오 댓글을 통해 '2차 가해'를 서슴치 않고 있는 상황이다.
책임을 보여야 할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정치인들은 인터넷 음모론을 여과없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은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가 나온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내 유가족 가슴을 난도질 했다.
이와 관련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15일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악성 댓글은 기록이 남고 쉽게 확장돼 대면에서 받는 비방보다 더 큰 심리적 상처를 남긴다”라며 “유가족들이 아픔을 딛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혐오를 부추기는 악성 댓글과 비방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심리치료를 진행해도 유가족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해 상처 회복을 위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군에 대한 심리적 방역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PTSD는 자신이나 타인의 실제적 죽음이나 죽음에 대한 위협, 심각한 상해, 정신적 또는 신체적 안녕에 위협을 주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했을 때 생길 수 있다.
초기 증상으로는 플래시백, 공황발작, 악몽 등이 있지만, 여기에 2차 가해가 더해지면 증상이 악화한다.
의사회는 “‘그때 거기 있지 말 것을’ 이라는 후회는 우울감을 지속하게 하는데 여기에 비난이 가해지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라며 “PTSD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부상자,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 등에게 좀 더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