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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이야기 깃든 경기도 건축물

경기관관공사 추천, 건축학적 풍경 담은 관광지

 

건축물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건물을 든든히 받쳐주는 땅이, 건물을 지은 사람의 철학이, 건물이 들어선 시간이 다르기에.

 

어떤 미술관은 ‘나는 심플하다’고 말하던 작가의 그림을 닮았고, 어떤 정자는 조선의 위대한 왕이 흐뭇하게 바라보던 200여 년 전 풍경이 그려진다.

 

마음까지 추워지는 겨울, 따뜻한 이야기를 품은 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경기도 건축물들을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시대를 넘나드는 경기도의 뛰어난 건축물은 소복이 쌓인 눈처럼 옛사람들의 흔적에 오늘날의 발길이 더해져 그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가는 중이다.

 

 

◇ 장욱진 그림 같은 순백의 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새하얀 눈과 같은 순백의 집. 나무·집·아이·새 등 일상적 소재를 담박하게 그리며 순수한 내면세계를 추구한 장욱진의 작품세계와 똑 닮았다.

 

작가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와 집의 개념을 모티브로 한 건물은 2014년 김수근 건축상을 받고, 영국 BBC의 ‘위대한 8대 신설미술관’에 선정되는 등 많은 이목을 끌었다.

 

지붕과 외벽을 흰색으로 통일한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을 조금씩 달리하는 비정형의 건물은 오랜 시간 두고두고 바라보고 싶게 만든다.

 

내부는 직사각형 형태의 보통 미술관과 달리, 중정과 각각의 방으로 구성됐다. 작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한옥의 구조를 닮았다.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꺾어진 계단은 비정형적 조형미를 드러낸다. 커다란 창 또한 아름다운데, 흰 벽에 창으로 들이친 빛이 길게 내리면, 아른거리는 빛마저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현재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선善도 악惡도 아닌’은 장욱진 예술의 대표적 화두인 ‘불사선’을 바탕으로 장욱진을 포함한 세 거장의 작품을 소개한다.

 

 

◇ 조선시대부터 사랑받던 풍경 ‘수원 방화수류정’

 

동양 성곽의 진수라는 평을 받는 수원화성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정자가 있다. 바로 화홍문 동쪽 언덕의 방화수류정이다.

 

방화수류정은 1794년(정조 18년), 화성 동북쪽 요충지에 군사지휘소로 세운 동북각루의 별칭이다.

 

석재와 목재, 전돌이 어우러진 벽체는 위용이 넘치고, 팔작지붕을 여러 개 겹친 듯 화려한 지붕은 사방에서 달리 보인다.

 

반달 모양 못인 용연이 한눈에 보이는 누각은 유사시에는 군사 시설, 평소에는 풍류를 즐기는 정자로 쓰였다.

 

정조 역시 이곳을 사랑했다. ‘만 그루 버드나무 그림자 속에 화살은 꽃과 같네(萬柳陰中簇似花)’ 1797년(정조 21년) 정월, 왕은 정자에서 신하들과 활쏘기를 하고 시를 지었다.

 

200여 년 전 정조가 흐뭇하게 바라보던 경치를 이제는 우리가 누리고 있다.

 

MZ세대에는 감성 사진을 찍는 소풍 장소로 이미 유명하다. 연못의 수양버들을 배경으로 여러 소품을 놓으면 인생사진 완성. 어둠이 내리고 성벽을 따라 조명이 켜지면 더욱 운치 있다. 용연에 달이 떠오르는 모습은 수원팔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수려하다.

 

 

◇ 예스러움이 주는 고즈넉함 ‘안성 칠장사’

 

안성 칠현산 중턱에는 지어진 지 1300년이 넘은 고찰, 칠장사가 있다.

 

이 절이 독특한 점은 대웅전 지붕이 맞배지붕이라는 것이다. 맞배지붕은 옆면이 사람 인(人)자 모양인 지붕으로, 한옥 지붕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자 간결하고 우직한 멋을 보여준다.

 

대웅전은 절의 중심 전각이자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법당인 만큼 화려함을 드러내기 위해 팔작지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칠장사의 대웅전은 화려함보다는 고즈넉함이 깃들어 있다. 앞면 3칸, 옆면 3칸의 대웅전은 찬찬히 볼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단순한 선의 미학을 보여 주는 지붕과 색 바랜 단청, 불화와 연꽃무늬로 채색한 내부의 우물천장은 예스러움이 묻어난다.

 

암행어사 박문수의 일화가 깃든 나한전 또한 유명하다. 박문수가 한양에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나한전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꿈에서 시험 문제를 보고는 장원급제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유서 깊은 사찰은 귀한 문화재도 품고 있다. 절 입구의 철 당간지주는 고려시대에 지어졌으며, 나한전 옆의 혜소국사비는 대웅전과 더불어 칠장사의 보물 중 하나다.

 

 

◇ 박해에도 당당했던 그들의 안식처 ‘하남 구산성지’

 

구산성지는 103위 한국 순교성인 중 한 명인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을 포함해 9명의 순교자가 묻힌 천주교 성지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당시부터 명맥을 이어온 곳으로, 1980년 로마 교황청이 세계 순례성지로 선포하기도 했다.

 

성지는 어른 손 크기만 한 어두운 기와를 층층이 쌓아 거대한 무덤 같은 입구를 만들었다. 이는 200여 년 동안 천주교 교우촌이었던 구산마을과 고층 아파트가 빽빽한 신도시를 잇는 두 세계를 잇는 통로가 된다.

 

순백의 성모상은 구산성당 초대 주임 고(故) 길홍균 신부가 꿈에서 본 성모의 모습을 김세중 화백이 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심혈을 기울여 조각했다.

 

안당문을 지나면 소나무가 드리운 순교자 묘역과 구산성당이 나타난다. ‘사생간 천주교인(死生間 天主敎人)(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따름이오)’ 구산마을에서 태어나 1839년 기해박해 때 한양 포도청에 체포된 김성우 성인의 말이다.

 

성인의 비장한 결의는 평화로움으로 오늘날 성지에 남아있다.

 

 

◇ 주민들의 추억을 간직한 ‘남양주 능내역’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주민들에게 애틋한 간이역이 있다. 어렸을 땐 친구들과 뛰노는 놀이터, 학창 시절에는 첫사랑을 힐끗거리며 통학 기차를 기다리는 설렘의 장소, 직장인이 된 후에는 헐레벌떡 통근 기차를 타러 가는 목적지였던 곳.

 

능내역은 서울 청량리와 경주를 잇는 중앙선의 기차역이었다. 1956년 영업을 시작했지만, 중앙선 철로가 복선화되면서 2008년 폐역이 됐다. 164㎡의 아담한 역사에는 60여 년 전 간이역의 모습이 오롯하다.

 

출입구의 뾰족한 박공지붕과 ‘삐걱’ 소리가 날 듯한 나무 문, 예스러운 역 간판에서 옛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기차를 기다리던 대합실은 능내역의 옛 풍경을 간직한 전시관이 됐다.

 

시간이 멈춘 듯 아스라한 역사는 특유의 향수 어린 분위기의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역사 앞 나무 벤치, 새빨간 우체통, 빛바랜 흑백사진 등 눈 닿는 곳곳마다 셔터를 누르게 된다.

 

역 근처에서 빌린 자전거로 페달을 밟으며 팔당대교, 정약용유적지 등 주변 풍경을 품에 안을 수 있다.

 

또한, 국토종주 자전거길 중 하나인 남한강자전거길을 종주하는 라이더들에게는 목 좋은 쉼터가 돼 주기도 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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