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용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연임은 포기하되 소송 포기 메세지는 내놓지 않으며 사실상 금융당국과의 법정다툼을 예고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우리금융을 사랑해주신 고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향후 우리금융이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 위기 극복에 일조하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권 수장들이 연임을 포기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손 회장 역시 여기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포기 표명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결국 '백기투항' 했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조치를 내린 이후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불편한 내색을 보이며 징계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해 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손 회장의 중징계와 관련해 "CEO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금융위가 수 차례 논의해서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에는 "그 정도 사고(라임펀드 사태)가 났는데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소송 논의만 하는 것에 굉장히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징계 직후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소송에 나서지 말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후 3연임 도전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스럽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손 회장 거취를 압박했다.
다만 손 회장은 연임 포기와 별개로 금융인으로서의 명예회복과 우리은행의 향후 소송 전략을 고려해 개인적 차원에서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회장이 용퇴를 결정함에 따라 우리금융 차기 회장직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내부 출신으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총괄부문장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외부 인사로는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시내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10여 명의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결정한다. 이달 하순쯤 2~3명의 숏리스트(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이 원장은 손 회장의 소송 제기 여부에 대해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은행의 징계 불복 소송에 대해 "차기 우리금융 회장과 이사회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날 은행장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 거취가 결정됐고 어떠한 법률적 결정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면서도 "기관으로서 소송 주체는 우리은행이 될텐데 합리적인 검토나 이사회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손 회장이 회장 자리에 있을 때 우리금융에 보고된 건은 아무리 공정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해관계와 관련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소송여부는 독립된 다음 회장 또는 우리은행장이 하는게 상식선에서 더 공정해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백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