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 급락으로 수출기업의 70-90%가 이미 출혈수출을 하고 있거나 이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업종별 대표 수출기업 39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은 손익분기점 환율이 평균 1천127원이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환율수준(1천100원대)에서 수출 기업의 70-90%가 이미 출혈수출을 하고 있거나 이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 수출기업들의 73.2%는 최근 환율의 급락으로 이미 계약한 수출분이 적자에 직면했거나 적자로 전환됐다고 답했다.
또 수출기업의 70%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신규 수주를 꺼리고 있으며 10.2%는 수출물량의 일부를 내수로 전환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수출기업의 7.5%는 이미 계약을 체결한 수출분을 취소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조사가 실시된 시점의 환율이 1천110원대였음을 감안하면 환율이 1천원대로 떨어진 현시점에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기업의 53.4%는 환율급락으로 인해 주요경쟁국과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었다고 응답한 반면 4.2%만이 가격경쟁에 별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환율하락이 수출둔화로 나타나는 시차에 대해서는 `3개월 이내'라는 응답이 82.4%를 차지해 수출둔화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환율 10% 하락시 `내년수출이 6%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약 60%를 차지해 최근 환율급락이 내년도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도 사업계획 환율에 대해 1천100원대 이상이라는 응답이 92.6%로 나타나 최근 환율수준을 감안하면 10개사중 9개사는 내년도 사업계획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10%하락시 수출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거나 `2%이내 인상가능'하다는 응답이 58.7%를 차지해 환율하락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함을 드러냈다.
정부의 환율운용에 대해 `적극 방어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70.5%로 나타나 최근 환율급락에 대한 기업의 어려움을 반영했다.
수출기업들은 적정환율이 평균 1천174원이라고 대답했다.
업종별 적정환율은 1차 상품이 1천175원, 경공업이 1천177원, 중화학공업이 1천172원으로 조사됐다.
1천100대가 깨진 최근의 환율은 수출기업의 적정환율을 70원 이상 밑돌고 있는 셈이다.
무협은 "최근 원화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주요경쟁국에 비해 하락폭이 커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물론 가격경쟁력 약화를 낳고 있다"며 "이는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으로 파급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내년 수출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