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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인식의 과정 자체’…‘페터 바이벨: 인지 행위로서의 예술’ 展

미디어 개념미술 작가 페터 바이벨 한국 첫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 교류전
퍼포먼스·언어·사진·컴퓨터 기반 설치 작업 등 70여 점 선봬
지난 3월 1일 페터 바이벨 별세…추모공간 마련 예정

 

1960년대부터 예술가, 큐레이터, 이론가로 활동하며 미디어아트의 발전을 이끌어 온 미디어 개념미술작가 ‘페터 바이벨’. 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한국 첫 회고전이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이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ZKM, Center for Art and Media)와 공동 기획한 교류전 ‘페터 바이벨: 인지 행위로서의 예술’이 그것이다.

 

페터 바이벨은 우크라이나 오데사 출생으로,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의학과 수리논리학을 수학하며 행동주의 그룹 예술가들과 협업해 영상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기술 기반의 작업과 미디어아트를 선도해 왔다.

 

그는 작품을 통해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 사회 변화를 반영하고 당시 예술에 대한 관습적 견해에 도전했다.

 

미디어 발전 초창기 언어이론, 수학과 철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장했고, 나아가 실험 문학, 퍼포먼스, 해체주의와 실험영화 등의 주제도 다뤘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다원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의 작품 세계를 ▲예술행동 ▲퍼포먼스 ▲사진 ▲언어분석 ▲글쓰기 ▲시 ▲비디오 ▲확장영화 ▲컴퓨터 기반 설치 작업 등 총 10가지 주제로 나눠 대표작 70여 점을 소개한다.

 

 

다원공간으로 진입하는 초입은 페터 바이벨의 1960년대 초기 사진과 영상 작품 위주로 구성했다.

 

그는 초기 작업에서부터 타자기, 음반, 마그네토폰(magnetophone), 사진, 영화, 비디오 등 기계장치를 비평하고 이에 기반한 예술의 전 영역을 실험하며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존재론적 차이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다.

 

‘선동 연설’은 페터 바이벨의 초기 작업으로 언어이론과 수학과 철학에 기초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때 제작됐다.

 

그는 1968년 6월 7일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이뤄진 예술행동 ‘예술과 혁명’에서 손에 불을 붙인 채 나타나 언어의 폭력과 그 영향을 보여 주는 격렬한 연설을 펼쳤다.

 

확장영화와 사진 개념에 대한 작업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빈 그룹과 빈 행동주의 그룹 예술가들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선을 작품에 담아냈다.

 

 

다원공간에서는 페터 바이벨이 2년에 걸쳐 완성한 그의 대표작 ‘다원성의 선율’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은 비디오, 사진, 영화, 컴퓨터 매체를 한데 모았다. 11채널의 비디오가 관객을 시청각적 ‘다중 우주’ 안으로 불러들인다. 바퀴에 기반을 둔 산업혁명에서 데이터 기반의 정보혁명 시대까지, 2세기 동안 이뤄진 기술 전환을 시각화한다.

 

다원공간을 나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작가의 후기 작업 및 관객 참여형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1966년을 기점으로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상호활동적인(인터랙티브) 요소를 포함시켰다. 관객과의 적극적 소통과 참여를 제안하며 예술은 ‘인식의 과정 자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관찰을 관찰하기: 불확실성’은 페터 바이벨의 전시 ‘Trigon 73’전시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3개의 카메라와 모니터가 삼각 대형으로 설치됐다.

 

관객이 작품의 중앙에 위치하게 되는 순간 카메라는 관객을 비춘다. 관객은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지만, 아무리 고개를 돌리고 몸을 비틀어봐도 자신의 정면이나 얼굴 모습을 볼 순 없다. 바이벨은 이를 통해 관찰과 인식의 행위 사이의 한계를 보여 준다.

 

 

페터 바이벨과 베른트 린터만 협업으로 제작된 작품 ‘YOU:R:CODE’은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your code(너의 방식)’로 읽을 경우 관람객들이 해당 설치 작업을 자신의 형식과 방법으로 경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에 ‘You are code(당신은 코드입니다)‘로 읽는다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코드로 구성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수많은 데이터와 정보가 우리 자신을 누구로 규정하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인식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또한, 사진부스 ‘FLICK’를 통해 관객은 하나의 작품이 되고 전시의 일부분으로 거듭난다. 사진부스에서 ‘셀카’를 찍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선택하면 부스 옆에 마련된 액자들에 관객의 사진이 전시된다. 전시된 사진은 온라인을 통해 내려받을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ZKM)와 협력한 상호 교환 전시이다.

 

1999년부터 2022년까지 ZKM의 센터장으로 재임해 온 페터 바이벨의 활동을 기념하는 회고전으로, 2019~2020년 ZKM에서 개최했던 전시를 기반으로 재구성했다. 전시는 5월 1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한편, 지난 3일 국립현대미술관은 페터 바이벨의 부고 소식을 전했다. 페터 바이벨은 3월 1일(현지 시각)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 첫 회고전이었던 이번 전시는 그의 유고전이 됐다. 페터 바이벨은 전시의 성공적인 개최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작품 2점을 기증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가 진행되는 5월 14일까지 고인을 추모하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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