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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

 

지난 주말 '다음 소희'라는 영화를 봤다. 실제 일어났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주인공 김소희 양은 한국통신S플러스의 하청업체 LB휴넷에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계약 해지 방어팀의 콜센터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했다. 부모는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좋아했고 학교도 후배에게 좋은 본이 되고 있다고 만족하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주인공은 고객으로부터의 욕설과 성희롱, 회사로부터 실적 압박 등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를 단순히 세상은 어린 18살 소녀가 살아가는 게 녹록지 않다거나 남의 돈 따먹기가 쉽지 않다는 등의 쉬운 말로 덮어두기에는 왠지 죄지은 기분이 든다. 어딘가에서는 현재도 진행형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실제로 몇 년 전 현장실습생들의 어려움을 들었던 기회가 있었다. 이들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 것은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과 멘토로 일하는 상사들의 욕설이었다. 급여가 중요한 요소이기는 했지만, 큰 애로사항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영화 속의 근무 환경과 정신적 노동 현실이 함께 투영되다니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현실에서 보면, 교육청 등 정부 기관은 우리의 젊은 특성화고생의 취업을 돕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경지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소질 있는 학생을 발굴해 취업(산학) 맞춤반을 운영해 중소기업 수요에 맞는 현장 중심 교육을 통해, 취업과 연계하는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과, 특성화고-전문대-중소기업 간 협약 체결을 통해 숙련기술인력을 제공하는 ‘중소기업 계약학과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책자금 및 금리우대 등 성과급을 부여하고 있다. 특성화고생에게는 병역특례혜택을 주어 본인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채용 연계형 직무교육 과정 지원사업, 특허출원 지원사업, 학과 재구조화 등을, 고용부는 현장실습생의 안전보건을 위한 학습근로지원관 운영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현재 직장 내 괴롭힘, 폭행, 강제 근로 등의 근로기준법상 보호 규정을 적용토록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이 발의 중이다. 이외에 교육청의 직업계고 취업박람회,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채용 확대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인 인구감소 문제는 변론으로 하더라도 특성화고생에 대한 산업인력 지원정책은 비교적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소기업 인력양성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기도 내 35개 특성화고의 2022년도 취업맞춤반 취업률은 72%에 이른다.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소희의 부모나 학교, 기업, 교육청 등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이제 소희의 진정한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자. 현장실습을 하면서 미래 직업도 체험해보고 월급도 받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춤도 마음껏 출 수 있을 거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는 소희가 실제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춤’이었다는 것조차도 죽은 뒤에야 알았다. 

 

학교는 일이 힘들어도 후배를 위해 버티라고 했고 선생님은 인터넷 해지 고객 대상인 소희의 콜센터 방어업무의 강도. 즉 욕받이 정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기업은 어떤가? 오로지 팀(원)의 실적에만 관심이 있었고 현장실습학생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교육 당국은 학교별 취업률 평가 및 지원 등 정책적 업무만 무리 없이 수행하면 그만이었다. 

 

이처럼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정책들은 소희 입장에서 볼 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그러면 ‘다음 소희’가 나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성화고의 현장실습 중심이 학교 및 참여기업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의 산업일꾼을 길러낸다는 목표로 최상의 물질적‧환경적 대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멘토는 동료나 부하를 성장시킨다는 생각으로 친절하게 교육하고, 학교는 좋은 건실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호소하는 기업은 현장실습 참여기업에서 제외하는 등 내실 있는 평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최소 3년 동안은 참여기업이 지원하는 2배 이상의 임금을 직접 학생에게 지원하는 등 대기업 졸업자에 맞먹는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이를 수행하는 교사에 대한 충분한 지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직업을 바라보는 사회 저변의 가치관 변화가 중요하다. 힘든 일은 하는 근로자가 대우도 높아야 한다는 인식 말이다.

 

우리산업을 외국인에게 맡기지 말고 젊은 특성화고생들을 활용하자. 다만 이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다가가는 대우를 해주자. 학교-기업-교육 당국 등이 함께 노력해 선순환된다면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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