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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농사짓다! 시흥, 웃음짓다! 시흥시 도시농업, 시민의 일상으로

 

“어린 모종을 심었는데 죽지 않고 오래 살고, 자라서 열매까지 맺으니 기특하죠. 보고 있으면 기분이 맑아져요”

 

월곶동에 거주하는 이정순씨(94세)에게 도시농업은 발갛게 물든 손톱이다. 젊었을 때부터 꽃을 유난히 좋아했던 이 씨는 시흥노인종합재가기관에서 ‘찾아가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직접 심은 봉숭아 꽃잎을 따서 손톱에 올리고 집에 갔는데 반가운 손님, 큰아들이 왔더라고요. 밥해주느라고 오래 못 놔두고 뺐는데도 물이 잘 들었어요”

 

배곧에 사는 차남주씨에게 도시농업은 자부심이다. 통장협의회 운영위원으로서 배곧텃밭나라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전국 어디를 가도 이렇게 잘 꾸민 시민텃밭은 없다”며 “꿩이나 고라니, 개구리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비닐, 화학비료, 농약도 전혀 안 쓴다”고 텃밭 자랑에 여념이 없다.

 

시흥의 도시농업은 땅이 아닌, 시민의 일상을 가꾸고 있다. 어린이와 부모,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고, 사회적 약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휠체어 텃밭, 실버텃밭도 운영한다. 어린이ㆍ청소년농부학교부터 치유농업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 농업을 통해 시민과 도시를 웃게 하는 시흥의 도시농업을 만나본다.

 

친환경텃밭 시민참여율↑, 100세 어르신도 참여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올해 2월 시흥시 도시농업공원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2023년 도시농업공원 시민행복텃밭 모집신청을 위해서다. 이날 시민행복텃밭 3개소 660세대 모집에 총 2,495세대가 접수하며 경쟁률 3.8:1을 기록했다. 특히 10대 청소년과 100세 어르신도 텃밭 신청해 참여하며 전 세대에 걸친 열띤 호응도를 증명했다.

 

시흥시 시민행복텃밭은 함줄도시농업공원(시흥시 정왕동 1774-1번지, 1만5,000㎡), 배곧텃밭나라(시흥시 정왕동 2507번지, 2만9,000㎡), 월곶공영도시농업농장(시흥시 월곶동 995번지, 1만1,000㎡) 3개소에서 진행된다. 무비닐, 무화학농약, 무화학비료 등 3무원칙을 준수하는 친환경 텃밭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안전한 먹거리와 건강한 식습관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가족단위로 텃밭을 이용하는 시민을 위해 다양한 체험과 교육의 장도 마련했다. 함줄도시농업공원에는 체험활동을 위한 나비체험관, 치유정원텃밭, 수생연못, 소동물농장, 반딧불이 인공사육장 등 다양한 도시농업 활동공간이 있다.

 

특히 아이들의 관심이 높은 나비체험관에서는 나비의 완전변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흥시 유일의 반딧불이 인공사육장은 아이들의 현장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학교·아파트·옥상, 일상에서 꽃피는 ‘도시농업’

 

 

친환경 텃밭뿐 아니라 시흥시 내에서는 학교와 어린이집, 아파트 등 생활밀착형 농업 공간이 곳곳에 조성돼 있다. 시는 지난 2013년부터 관내 아파트 텃밭 조성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34개 아파트에서 주민들 스스로 자체 운영하고 있다. 재배되는 농작물과 수확물을 활용해 사생대회, 요리 만들기 등 행사도 자체 운영하며 주민 주도의 새로운 아파트 텃밭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시흥시 학교 텃밭은 2012년 4개교를 시작으로 2020년에는 총 55개교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직접 농사를 지어보며 생명을 소중한 뿐 아니라 올바른 인식과 인성을 기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시흥고등학교는 농작물을 기르기 위한 토양 만들기, 파종방법, 물주기 등 재배교육뿐 아니라 퇴비장을 별도로 설치해 친환경 순환농법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시작된 코딩접목 실내원예 프로그램은 학생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 과학기술기반의 융합적 사고력에 도움이 되는 코딩수업과 학교 텃밭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공동체 인식, 자연의 중요성을 느끼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4년 만에 찾아오는 시흥시 도시농업 한마당

 

 

시흥시민의 도시농업 공유의 장, 시흥시 도시농업 한마당이 올 6월 4년 만에 시민을 찾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행사 슬로건은 ‘시민, 농사짓다. 도시, 웃음 짓다’로, 도심 속 어디서나 시민이 주도적으로 누리는 즐거운 도시농업을 실현하고자 하는 시흥시 도시농업 비전이 녹아있다.

 

6월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월곶공영도시농업농장 일원에서 열린다. 푸른 텃밭 사이에서 열리는 힐링콘서트와 함께하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각종 전시와 체험, 놀이, 장터, 학술행사까지 도시농업에 대한 다양한 부대행사가 준비돼 있다.

 

행사에서는 그간 주민이 꾸려온 텃밭의 성과를 공유하고 텃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텃밭상담소를 만나볼 수 있다. 가족단위 참가자를 위해 마련된 양봉체험, 곤충체험, 염색체험, 손모내기 체험 등 다양한 경험도 즐길 수 있고 시흥에서 난 농산물과 텃밭농작물도 구입할 수 있다.

 

시흥 도시농업 관계자는 “4년 만에 열리는 시흥시 도시농업 한마당이 도시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농업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농업에서 사회로, 부가가치 창출 높아

 

 

도시농업이 지역사회 깊이 뿌리내리며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나눔 등 보다 다양한 생산성을 도출하고 있다.

 

보는 공원에서 가꾸고 나누고 배우는 공간으로 설계된 도시농업공원은 시민에게 힐링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현장학습장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운영관리, 행사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을 위해 매년 대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2014년 시흥시니어클럽 등 농촌인력중개 협력기관과 MOU를 체결한 이후 노인일자리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으며 공원조성 및 관리, 체험 및 교육, 대학생 아르바이트까지 매년 100개 이상의 일자리가 꾸준히 창출돼 왔다.

 

 

도시농업으로 생산된 친환경 농작물은 지역사회로 퍼져나간다. 지난 2015년 시흥푸드뱅크와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시흥시 관내 취약계층에게 꾸준히 농작물을 지원하며 아름다운 나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어린이농부학교는 우리가족에게 선물” 이영현·전선영 부부

 

배곧에 사는 해솔이 가족에게 도시농업은 아이들의 성장과 그 사이 아름답게 새겨진 가족의 추억이다. 아이들에게 건강과 자연에서의 기쁨을 선물하고자 시작한 어린이농부학교에서 심은 작물보다 아이들이 더 쑥쑥 자랐다.

 

이영현·전선영 부부와 세 자녀(해솔(13), 선호(10), 해나(9))는 지난 2018년 어린이농부학교에 처음 참여했다. 잦은 병원 치료로 힘든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에서 뛰어놀며 농사짓는 기쁨을 알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 아이 모두 편식이 심해 채소를 먹지 않았던 것도 참여 이유 중 하나였다.

 

새로운 시즌마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적응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변화는 차츰 시작됐다. ‘흙이 더럽다, 곤충이 징그럽다, 뜨거운 햇볕도 싫다’던 아이들이 어느새 흙을 갖고 놀고 곤충을 사랑하며 비와 바람, 햇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땀 흘리는 기쁨을 알아간 것이다.

 

“둘째 선호는 학교에서 곤충박사로 불려요. 농부학교 하면서 장래희망이 곤충을 연구하는 박사로 바뀌었어요. 친구 사귀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막내 해나는 친구들과 농부학교에서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요. 편식하는 습관도 사라졌죠”

 

부부는 농부학교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사회성에 어려움이 있던 아이들이 농부학교에 참여한 다른 가족들과 친해진 것이라며, 시간을 따라 다시 피어나는 자연의 생명력처럼, 아이들도 그렇게 단단하게 자라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원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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