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직사회의 전문성과 행정서비스 향상을 목표로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 무능력자의 강제퇴출을 예고하고 있으나 정작 연간 20조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군은 `군살깎기의 무풍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완료되는 2008년까지 `국민 혈세' 99조4천억원을 투입키로 해놓고 자체 슬림화 의지는 거의 보이지 않아 안보를 빌미로 `자기 몸집 부풀리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상정한 2005년도 국방예산안을 보면 전체 20조8천814억원 가운데 전력투자비가 34%이고 나머지는 인건비 41.3%, 사업비 24.7%로 구성돼 있다.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군인들을 먹여살리는 데만 모든 국민이 연간 1인당 20만원씩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병사들의 평균 월급이 고작 3만5천원인 점에 비춰 대부분 인건비는 직업군인들의 몫이다.
군은 국방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경상비 비중 때문에 전력증강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10월 영관급 장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조영길 국방장관은 인력순환의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조직의 활력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영관급 이상 간부들의 정년을 전역 후 일자리 보장을 전제로 대폭 축소할 계획임을 피력했던 것이다.
조 장관은 "영관급 장교들은 진급 기회를 놓치고도 계속 군에 남아 본인과 조직이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효율적인 인력순환을 위해 계급정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각군 본부, 육군 1, 2, 3군 사령부 등에서 진급기회를 놓친 영관급 장교들이 차량과 병사 운전사를 배정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데다가 근무시간 음주 등 군 기강을 문란케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평가됐다.
조 장관은 또 심각한 인사적체 해소를 목표로 준장과 소장급 장성의 계급정년을 현행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장관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군인사법을 지난해 말까지 고쳐 2004년부터 연차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군 내부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 약속은 유야무야로 끝났다.
비대한 군 조직 슬림화를 통해 미래전에 적합한 정예 과학기술군 탄생을 갈구해온 국민적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또, 군은 이달 6일 청와대에 보고한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계획'에서 비대한 군조직을 감량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