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건설업계가 미분양 발(發) 자금난에 쓰러지고 있다. 주택 시장 침체로 문 닫은 건설사가 올 들어서만 900곳이 넘은 가운데 그중 60%가 지방에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최근 ‘미분양 10만’ 가능성을 공식화하면서 지방 건설사의 줄도산 행렬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월~3월 29일 기준) 폐업 신고를 한 건설사는 총 912곳(종합건설사·전문건설사 포함)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16.3% 증가한 것으로 이 중 지방 건설사가 60%(542곳)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업계에 불어닥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기로 자금줄이 막힌 가운데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지방 중소건설사부터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주택 경기 불황에 따른 미분양 급증도 지방 중소건설사에 큰 부담이 됐다.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5438가구로, 지난 1월(7만 5359가구)보다 0.1%(79가구) 증가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시공사와 PF를 내준 금융사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554가구로 전월보다 13.4%(1008가구) 증가했다.
지난 2월 말 미분양 주택 수가 8만 가구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에 비교하면 증가세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분양 경기 개선이 아닌 공급 축소에 따른 통계 착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해 연간 전국 주택공급 물량은 전년 대비 14.5% 감소했고, 올해 1~2월 공급량도 전년 동기 대비 75.3% 줄었지만, 미분양 주택은 오히려 증가해 7만 5000여 가구까지 치솟았다.
최근 원희룡 국토부 장관마저 “미분양 물량 10만 가구를 각오하고 있다”고 밝혀 미분양 사태는 더욱 악화될 확률이 높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 문제는 올해 가장 심각하게 두드러질 것”이라며 “특히 대구·경남 지역이 위험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도권이랑은 차별화된 현상이 나타날 걸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건설사 위기 상황은 부동산 경기를 넘어 우리나라의 경제 전반까지 위협할 수 있다. 부동산 PF 위기로 건설사가 줄도산하는 경우 돈을 빌려준 금융사와 하도급 업체, 또 일자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부도는 지방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전국적으로 퍼져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건설사가 부도나면 건설사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부터, 하도급 업체까지 타격을 받으며 이는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 문제로까지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