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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문화와 정치] 한국의 병든 정치문화, 성찰하는 민주주의로

 

책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을 알리는 책문화 현장의 최전선에 있다 보니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출판저널’ 편집부 책상에는 출판사에서 만든 새로 출판된 도서들이 쌓이는데 손님처럼 도착한 책들을 검토하다 보면 책은 시대를 기록하고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점을 실감한다.     

 

최근 출간된 책 중에서 ‘세계를 이끈 경제사상 강의’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려우면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우리나라는 강대국인가? 우리나라는 경제강국인가?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어려운 질문일 수 있겠다. 첫 번째 질문, 우리나라는 강대국인가? 이 책을 쓴 경제사상가 김민주 저자에 따르면 G7그룹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가 들어가는데 유엔의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G7그룹에 들어가야 자타가 공인하는 강대국이라고 하니 우리나라는 강대국은 아니다. 

 

두 번째 질문, 우리나라는 경제강국인가? GDP 규모로 보면 우리나라는 2018년도에 10위, 2019년 12위, 2020년 10위였다.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2000년도에 15위, 2010년에 14위, 무역 규모도 2021년 기준 세계 8위다. 이 정도면 강대국은 아니지만 경제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 질문, 우리나라는 선진국일까? 선진국(developed countries)이라는 의미는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나간다는 의미다. 경제, 정치, 문화 등 다방면에서 국민의 삶의 질이 풍요로운 나라가 선진국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일까? 헬조선, 이생망, 흙수저 등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출생률은 0.78%에 그쳤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이며, 노인 빈곤율도 높아지고 있고, 국민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코로나 이후 부의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구조는 더 심화되고 있다.

 

한국 정치는 병들었다. 비난과 야유의 정치 속에서 사회적 갈등을 증폭하고 희망이 사라져가는 정치문화의 끝은 어디일까. 정치권 중심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의 본령은 사람을 살리는 정치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한국의 정치문화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정치문화이다.
 
지난 2월 1일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022 글로벌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가 전 세계 167개국 중 24위라고 한다. 전년도 16위보다 8계단이나 떨어졌는데 한국의 정치문화 수준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EIU의 분석 중 한국의 정치문화를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면, 수년간의 대립적인 양당정치 고착, 정치에 대한 이분법적 해석으로 합의와 타협을 어렵게 하고 정책 결정을 마비시켰다는 점,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정적을 쓰러뜨리는데 정치적 에너지를 집중한다는 점, 국민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학자 존 킨은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에서 민주주의 역사를 회의체 민주주의, 대의제 민주주의 그리고 파수꾼 민주주의로 나누었다. 파수꾼 민주주의 사례로 독일에서 기업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노동자 대표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공동결정제도를 들었다. 파수꾼 민주주의가 대안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파수꾼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도 일어난다는 것을 우려한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일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언론 등 사회 다양한 곳에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성찰하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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