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급격한 금리 상승의 여파로 카드사들의 올해 1분기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삼성페이 유료화까지 점쳐지며 카드사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5866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8089억 원)보다 27.48% 줄었다.
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1667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으며, 삼성카드는 14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줄었다. KB국민카드 역시 82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1% 감소했으며, 현대카드도 같은 기간 7.9% 줄어든 708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544억 원, 4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 46.5% 줄었다. 하나카드의 경우 1년 새 63% 급감한 20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BC카드는 케이뱅크 풋옵션 평가분이 일회성 영업외 비용으로 발생하며 전년 동기보다 103% 줄어든 13억 2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악화한 배경으로는 급격한 금리 상승이 꼽힌다. 기준금리를 비롯한 시장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조달 비용이 증가한 데다, 연체율이 늘면서 대손비용도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2022년 1월)에서 3.5%(2023년 1월)까지 인상한 데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전문채권(여전채)의 금리가 급등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초 2.42%였던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11월 6%대까지 치솟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하면 여전채 금리가 안정세를 찾은 건 사실이지만 1년 전까지만 해도 2%대에 조달하던 금리가 현재 두 배 정도 뛴 거라고 보면 된다"며 "당분간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 조달 비용 부담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부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도 대폭 늘렸다. 고금리 상황으로 차주들의 지갑 사정이 나빠지자 연체율이 일제히 올랐기 때문이다. 1분기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37%로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0.33%p 올랐다. 다른 카드사의 연체율도 올라 모두 1%대를 넘겼다.
삼성페이의 유료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악재다. 최근 삼성전자는 올해 8월 종료되는 삼성페이 무료 서비스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카드사들에 전달했다.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와 같이 0.15%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카드사들은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한 카드사들의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카드사들은 소위 '알짜카드'를 단종시키고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는 등 디마케팅(의도적으로 구매를 줄이는 마케팅)을 지속하며 비용을 감축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까지 8개 전업카드사에서 총 210종의 카드가 단종됐다. 여기에는 현대카드의 '제로 모바일 에디션2', 신한카드의 '카카오뱅크 신한카드'와 같이 할인·포인트 적립 혜택이 쏠쏠해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것들이 포함됐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