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1주년을 맞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무산에 대해 '"플랜B는 없다"며 "지금은 무산 이후를 대비하기보다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20일 오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항공사 통합, HMM 및 KDB생명 매각 등 주요 현안 처리에 있어 좌고우면하지 않고 뚝심있게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강 회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로 ▲쌍용차·대우조선해양 등 기업 구조조정 ▲금융시장 안정화 역할 및·혁신성장 분야 지원 ▲'대한민국 경제재도약 프로젝트'의 일환인 초격차산업 전용상품 출시 ▲아랍에미레이트(UAE)와의 투자협력 등을 꼽았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이룬 성과에도 불구하고 산은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대외적 현안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HMM 지분매각 ▲KDB생명 매각을 지목했다.
강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현재 미국·일본·EU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라며 "이르면 올해 3분기 중으로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심사 기한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양사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과 이 경우 지분 처분방식에 대해 세워둔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로 플랜B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합병 논의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될거다 안될거다를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만약 (승인이) 되지 않을 거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끌지 않았을 것 같다"며 "굉장히 어려운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올해 3분기안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HMM 지분매각과 관련해서는 "지난 1월 지분처리에 대한 관계기관 협의를 끝내고 4월에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매각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컨설팅에 대한 최종결론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픈 손가락'이라고 표현한 KDB생명 매각에 대해서는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결손금을 축소하는 한편, 산은이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2160억 원 전액을 매입해 가용자본 관리도 용이해졌다"며 "다수의 원매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번에는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산은을 둘러싼 여러 경영 현안에 대한 고민도 많다"며 ▲산은의 자본확충 필요성 ▲본점 부산이전 이슈를 언급했다.
강 회장은 "한전의 대규모 적자 누적 등으로 산은의 BIS비율은 2020년 말 15.96%에서 올해 1분기 말 13.11%로 하락하는 등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산은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고, 정부 국회의 추가 출자 등 자본확충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본점 이전 과정에서 산은 본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조직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이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그 역할과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상반기 중 마무리될 '지방이전시 산은의 역량 강화방안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노조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한편, 국회와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지방이전 계획을 세심하게 수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산은 회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정부의 부산 이전 추진을 산은의 재도약 기회로 삼을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직원들은 부산을 가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부산에) 가지 않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토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강 회장은 해외 전략투자를 강조하며 해외 기업에 직접 투자할수 있도록 '한국형 테마섹(싱가포르의 국영 투자회사)'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과거 오일머니에 의존하던 산유국들은 석유가 필요없어지는 시대에 대비해 국가 미래성장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재가 없어지는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싱가포르는 국가 기간 투자회사 '테마섹'를 통해 전세계의 수많은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며 국가의 미래 사업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국가전략산업에 꼭 필요한 해외기업에 대해 직접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 국회, 산은, 한국투자공사, 국민연금 등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산은은 자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네트워킹 능력을 활용해 '한국형 테마섹'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