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체율 급등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며 뱅크런 위기로 번졌던 새마을금고 사태가 정부의 총력전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예·적금 재예치 건수가 1만 2000건을 넘었고 예금 이탈 역시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금리가 오르면서 일부 건설 현장이 부실화했고, 부동산 PF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PF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금융사들의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형성됐는데,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6%까지 오르고 예금이 줄어들면서 시장의 우려를 낳았다.
지난 5일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의 흡수합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 사태는 본격화됐다. 해당 금고는 600억 원 대출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다음날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인 이른 아침부터 개별 지점에는 맡긴 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긴 줄이 늘어섰다. 많게는 200명이 넘는 고객이 대기하며 북새통을 이루는 곳도 있었다.
◇ 정부, 사태 수습에 총력…개인 자금 예치도
새마을금고 뱅크런 조짐이 확산하자 각 부처는 저마다 브리핑을 열고 "불안 심리에 따른 예금 해지만 하지 않는다면 새마을금고는 안전하다"고 반복 강조했다.
6일 오전 가장 먼저 브리핑을 연 정부는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기에 안심하고 이용해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불안감 잠재우기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다음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국민에게 재산상 손실이 결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새마을금고는 1997년 외환위기 등 더 어려운 금융위기 당시에도 고객 예금을 지급하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장섭 행정안전부 차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새마을금고에 직접 예금자보호 한도(5000만 원)를 넘는 규모의 개인 재산을 예치하기도 했다.
사태 수습에 나선 정부는 6일 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새마을금고 범정부 대응단'을 가동, 실시간으로 예수금 동향을 파악하는 등 밀착 대응에 나서는 한편 유사시에는 정부 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새마을금고의 연체채권 정리를 위한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 새마을금고가 대규모 매각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고객들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중도 해지한 예·적금을 14일까지 재예치할 경우 예·적금의 이자를 복원하며 비과세 혜택도 유지하기로 했다.
10일에는 행안부·금융위·기재부·한은·금감원·예보 관계자로 구성된 '범정부 새마을금고 실무 지원단'을 가동시키며 새마을금고 사 '진정세 굳히기'를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지원단은 ▲예수금관리 ▲건전성관리 ▲유동성관리 ▲예금자보호를 담당하는 4개 팀으로 꾸려졌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상주 근무하며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 은행권도 동참…RP 매입해 유동성 지원
은행권도 새마을금고 유동성 지원을 위해 나섰다. 7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기업·산업은행 등 2개 국책은행은 새마을금고와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7개 은행들이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채권(통안채) 등 우량 채권을 담보로 RP를 인수해 자금을 지원하면 향후 새마을금고가 금리를 더해 해당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새마을금고와 5000억~2조 원 규모의 RP매입 계약을 체결해 총 6조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예금인출 사태는 사실상 진정세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되나, 추가적인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RP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며 "이번 유동성 공급으로 새마을금고 사태는 더욱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안심하라" 메세지에 고객 안도…자금도 돌아와
정부 및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결과 새마을금고의 자금 이탈 규모는 곧바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7일에만 중도해지됐던 예적금 3000건 이상이 다시 돌아왔으며, 12일 오후 중도해지 예·적금 재예치 건수는 1만 2000여 건을 돌파했다.
정부와 새마을금고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마을금고 예금인출 상황이 확연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며 "범정부 합동 대응이 효과를 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과거 신협·저축은행 사태 등을 해결했던 경험이 쌓인 다수의 전문 요원들을 파견해 (새마을금고중앙회) 상황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새마을금고과 관련된 걱정들을 깊이 안 하셔도 될 정도로 (금융당국이) 관리를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국회, 행안부→금융위 감독권 이관 논의
이번 사태로 금융 분야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안부의 새마을금고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회에는 새마을금고의 신용·공제사업 감독 권한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그 업무를 감독하고, 감독상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13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금고 또는 중앙회의 임직원이 명령, 절차 또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융위가 관련 임직원에 대해 주무부장관에게 징계조치 요청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금고 또는 중앙회엔 금융위의 경고, 주의, 시정명령 등 조치가 가능해진다. 또한 금감원이 행안부 요청 없이도 금고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행안부와 금융당국은 감독 체계 변경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수차례 유사한 법안이 나올 때마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와 지방조직 간 연계성을 고려해 금융위로 감독권이 넘어갈 경우 건전성 위주의 감독 때문에 서민금융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금은 감독권을 중앙으로 옮기는 것이 나은지, 현재의 협조 체계에서 하는 게 나은지를 논의할 시점은 아니"라며 감독권 이전 논의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회의 논의를 눈여겨보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이와 관련해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감원은) 업무 소관과 관계 없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행안부와 금융위 요청에 따라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