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위주로 상생금융을 강조해왔던 금융 당국이 최근 카드사와 보험 등 제2금융권까지 발을 넓히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한화생명의 ‘상생친구 협약식’을 방문해 "보험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보험업권에 상생금융 상품 개발 및 취약계층 지원을 당부했다. 이 원장이 감독 당국 수장으로서 보험사 본사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보호망으로서 보험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한화생명이 발표하는 상생 보험상품 및 취약계층 지원 방안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상생 금융상품 개발과 취약계층 지원, 국민·산업에 대한 자금공급 노력 등을 통해 국가 경제를 뒷받침한다면 미래에 더 큰 발전의 과실을 얻게 될 것"이라며 "금감원도 금융사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금감원 자체적으로 다양한 제도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려운 시기일수록 금융사들은 스스로만을 챙기기 보다 함께 상생하고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 자리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국민과 보험업계가 상생해 협력하고 발전하는 문화를 만드는 시작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는 이날 “결혼 및 출산, 자립 기반 구축 등을 걱정하는 2030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했다"며 "청년들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디딤돌 역할을 하는 목돈 마련 저축성 보험을 개발하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이날 보험업계 상생금융 1호 상품인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가칭)'을 발표했다. 해당 상품은 5년 만기 저축보험으로, 가입 대상은 가구소득 중위 200% 이하인 만 20~39세까지다. 은행의 청년도약계좌보다 지원 범위가 넓다.
보장금리는 5년간 기본 5%로, 보험 기간 동안 결혼이나 출산을 할 경우 납입금액의 일정 비율을 보너스로 지급한다. 가입 1개월 후부터는 원금이 보장(환급률 100% 이상) 되도록 상품을 구성했다.
추가납입과 납입유예 기능도 탑재했다. 납입 중 여유자금이 생기면 매달 월 보험료의 50% 내에서 추가 납입이 가능해 더 많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계약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땐 납입유예 기능을 이용해 해약을 피할 수 있다. 해당 상품은 개발 과정을 거쳐 1~2개월 내로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한화생명은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의 성장 기반을 지원하는 '상생친구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월드비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 등 협력기관과 함께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의 자립을 지원하고 한부모가정을 비롯한 저소득층 청소년에 금융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문화소외계층에는 아동 문화체험 지원을, 보호시설 아동∙청소년에는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화생명과 금감원은 약 2억 원의 후원금을 모아 월드비전에 전달했다.
이 원장은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상생금융의 노력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은행 등과는 달리 캐피탈, 보험, 증권사들은 산업이나 상품 특성상 일률적으로 부탁을 드리거나 요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영상 여력이 있거나 마케팅 정책상 가능하다고 판단한 회사들이 (상생금융을 위해) 자율적인 노력을 해 주는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며 "다만 여력이 없거나 회사의 포트폴리오 운영상 적절치 않은 회사에 (상생금융을) 강권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