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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의 생활여행] 비 오는 날, 여행

 

장마인가, 우기인가.

기후 변화에 의해 장마철이 점점 길어지고, 특히 올해는 예년 장마철의 세 배에 달하는 강우량에 역대급 폭우가 이어지자 500여 년 전부터 사용되어 온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여름철 열대·아열대 지역의 나라에서 3~6개월 동안 많은 비가 집중되는 시기 ‘우기’는 이제 한국의 여름을 표현하는 용어가 될지도 모른다.

 

사람도 식물처럼 환기해주지 않으면 시들해진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활동 증가로 질병에 노출되고 낮은 일조량과 높은 습도로 인한 체내 호르몬 변화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강해지며 활동량 저하로 무기력감도 짙어진다. 비 오는 날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건강은 위태로워진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드문 이 여름, 어디로 떠나야 할까.

 

마이크로투어리즘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형 관광지 대신 집에서 1~2시간 거리의 숨은 여행지를 찾는 근거리 여행이다. 여름철 여행지로 가장 인기가 많은 계곡, 바다, 워터파크보다 작은 미술관이나 물놀이장으로 떠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투어리즘을 더 잘게 쪼개 자신만의 ‘소소한 여행’을 시도해보자. 가까운 전시장과 식물원 가기, 서점에서 평소에 읽지 않았던 책 읽기, 오랜만에 극장으로 나가 영화 관람하기. 관심 있었던 분야의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해보거나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모임에 참석해보기.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진 만큼 여행 역시 세분화되어 조금만 신경 써서 주변을 둘러보면 새로운 곳, 새로운 분야로 떠나는 방법이 보인다.

 

떠남조차 버겁게 느껴진다면 집 앞의 카페나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곳, 궁금했던 공간에 들어가 보는 일도 좋다. 쾌적한 실내에서 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향을 맡고 지붕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 기울이며 평소보다 짙어진 냄새와 색, 소리에 집중하는 일도 여행이 되어준다. 그것조차 귀찮다면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비가 그친 후 갈 곳을 미리 여행해 보는 것도 좋다. 여행은 환기와 같아 일상에서 벗어나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조금 다른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생기를 안겨주고, 우리는 이미 랜선여행을 하는 법까지 알고 있다.

 

평소에 아웃도어 활동을 즐겼다면 캠핑 감성을 살린 호텔이나 음식점을 찾아가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도 좋고, 비 소식이 뜸해졌을 때 안전한 곳에서 우중캠핑을 하거나 수목원 또는 숲을 걸어도 좋다.

여행은 스스로 만드는 것. 비 오는 날 여행도 다르지 않다.

 

몸이 가는 곳에 마음이 따라가고, 마음이 가는 곳에 몸이 따라간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고여 건강을 잃는다.

 

길고 긴 장마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이어지더라도 비 오는 날만의 여행을 떠나보자. 떠난 그곳에서 보송보송하게 생기 있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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