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기획]학교 내 숨은 영웅들이 배움의 가치를 높여주는 '배곧고등학교'

탄소중립 실천 학교 지정...매월 '잔반줄이기'목표 설정
다정한 시선으로 모두를 살피는, 추종수 시설당직원
교사들에겐 모범을, 학생들과는 우정을 나누는, 박주희 시설미화원

 

미래를 ‘배’우며 ‘곧’은 사람을 육성하는 평화로운 교육공동체가 있다. 바로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배곧고등학교다.

 

배곧은 순우리말로 '배우는 곳'이라는 뜻이다. 배곧고등학교는 89명의 교직원과 1008명의 학생들과 함께 배움의 즐거움을 통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배곧고에는 교육에 열정적인 교사들, 교육활동을 뒷받침해 주는 관리자들, 늘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행정 직원과 조리사 등 모두가 화합하며 학생들의 평온한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공동체의 조력 속에 자기 주도적으로 행사를 기획하며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탄소중립 시범학교로 지정된 배곧고는 잔반 배출량을 월평균 200kg 이하 목표로 설정하며 매월 달성하고 있다.

 

수치로 환산하면 소나무 100그루가 흡수하는 양에 해당하는 약 12.8t의 이산화탄소량을 감축하고 있다.

 

차기택 지도 교사는 “탄소중립은 생활 속 지속적인 실천이 중요하다”며 “작은 활동들이 모여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배곧고 3학년들은 학교 공동체에 힐링을 선사하는 ‘배곧 오픈마이크’ 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연에 참여한 노태현 군(19)은 “음악적 잠재력을 뽐낼 수 있어 평생 남을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전성혜 음악 교사는 “평소 수줍었던 친구들이 끼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고 가능성을 엿봤다”고 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요즘 교권 침해가 심해진다지만 우리는 선생님들을 존경하니 자부심 품고 열심히 일해주세요”라고 전했다.

 

또한 “수업자료마다 선생님들의 노력이 들어간 걸 느낀다“며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열심히 일하시는 모든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교사들은 “때로는 지치겠지만 우리가 응원할 테니 함께 나아가자, 사랑한다”고 답했다.

 

 

◆ 다정한 시선으로 교사와 학생 모두를 살피는 '추종수 시설당직원'

 

“늦은 퇴근길, 어두운 교정을 손전등으로 무심코 비춰줄 때 감동을 느낍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등굣길, 어느새 돌다리를 놓아주셔서 모두가 젖지 않게 학교로 갈 수 있게 도와주십니다.”

 

“휴일에 갑작스레 학교를 방문해도 밝은 표정으로 사무를 다 마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십니다.”

 

배곧고에는 밤낮으로 학교 안전과 교사들의 편안한 근무 환경을 조성해주는 숨은 영웅이 있다. 바로 추종수 시설당직원이다. 교사들은 그에게 위와 같은 평을 남겼다.

 

추 당직원은 학교 시설 주무관으로 퇴직 후 시설당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학교 시설 전문가’다.

 

추 당직원은 고민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교사들에게 언제나 웃으며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배곧고에서 6년째 근무 중인 그는 “내 손이 필요할 경우엔 힘이 닿는 데까지 도움을 주고 싶다”며 오늘도 열심히 학교를 위해 땀 흘리고 있다.

 

그는 오랜 시설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 업무가 아니라도 긴급한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빨리 나서 해결한다. 또한 하루에도 몇 번씩 교내 곳곳을 순찰하면서 안전한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추 당직원은 “늦은 시각에 학교 문을 열어 달라고 오는 학생들이 내게 미안해하기도 한다”며 “깍듯이 인사할 때 너무 예쁘고 보람을 느끼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좋은 기억만 가지길 바라고, 앞으로 건강하고 착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 교사들에겐 모범을, 학생들과는 진한 우정을 나누는, 박주희 시설미화원

 

“본인이 청소할 구역이 아니라도 늘 청결이 유지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청소하면서 문제점을 기억하셨다가 교사에게 말해줘서 문제발생 전 조치할 수 있게 도와주십니다.”

 

“힘든 일을 해도 얼굴을 붉히거나 찡그리지 않고 늘 온화한 표정을 보여 주십니다.”

 

배곧고등학교에는 어디서든 마주치면 늘 반갑게 먼저 인사해 주는 인심 좋은 여사님이 있다. 바로 박주희 시설미화원이다. 교사들은 그녀에게 위와 같은 평을 남겼다.

 

박 미화원은 온화한 성품으로 교사와 학생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안부 인사나 소소한 대화를 시작해 교내에서 인기가 많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학교 일에 늘 협조적이라 교육공동체 모두는 그녀가 건강하게 오래 근무하길 바라고 있다.

 

박 미화원은 배곧고가 첫 직장이며, 개교부터 현재까지 8년 째 근무 중이다.

 

박 미화원은 아침에 오면 바로 교내 화장실부터 둘러본다. 화장실이 깨끗해야 아이들도 기분이 좋아 공부도 잘될 거라고 생각해서다.

 

또한 오전 내내 청소한 뒤 점심을 먹고 쉰 후, 다시 오후에 나머지를 청소하는 단순한 일과를 매일 반복하지만, 아이들의 밝은 인사와 표정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3년 전,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던 박 미화원은 등굣길에 한 여학생과 친해졌다.

 

그 여학생이 졸업하는 날, 얼굴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나중에 보니 편지와 선물이 박 미화원의 자전거에 올려져 있었다. 편지에는 감사 인사와 더불어 덕담이 적혀 있었다.

 

박 미화원은 “정을 나누었던 그 학생이 지금도 보고 싶다”며 “학교에서 일을 하니 이처럼 학생들과 교감하고 우정을 쌓는 일이 많다. 참 보람되고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함께 일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예쁜 우리 학생들과 다 같이 즐겁고 건강하게 오래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보현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