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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칼럼] 어느 외산(外産) SN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1.

페이스북(facebook)은 마크 주커버그가 약관의 나이였던 2004년에 창업한 SNS 플랫폼이다. 이후 월간 활성 사용자(MAU), 즉 30일 동안 접속한 사용자 합계 기준으로 30억 명을 넘어서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로 성장했다.

 

이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자유 탄압 논란이 불붙고 있다.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9월 2일 이었다. ‘개밥풀’과 ‘물의 노래’등으로 널리 알려진 이동순 시인의 시작품 ‘홍범도 장군의 절규’를 혐오표현이란 낙인을 찍어 무단 삭제한 것이다.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개탄한 이 시의 삭제 이후, 현재까지 이동순 시인이 올리는 작품에 대한 집요한 삭제가 반복되고 있다. 그의 시를 옮겨 적은 일반 게시물에 대해서도 대대적 삭제 열풍이 불고 있다.

 

문학으로서 저항시에 담긴 비판과 풍자는 작품의 생명이요 존재 이유 자체다. 그러한 ‘인간 정신’에 대한 무도한 검열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와 문학작품에 대한 이 같은 직접적 탄압은 박정희의 유신시대에나 있던 정치적, 문화적 만행이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세계적 선진국으로 자리잡은 민주주의 공화국 아닌가. 이런 공동체에서 일개 외산(外産) 상업적 온라인 기업이 방자하기 짝이 없는 침탈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2.

지금 페이스북의 행위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 일찍이 장 폴 사르트르가 선언한 ‘문학을 통한 저항과 사회참여(앙가주망)’를 압살하는 공격이다. 사회적 의사소통의 가치중립적 틀을 제공해야 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 서비스의 본분을 망각한 작태인 것이다.

 

처음에는 작품에 등장한 ‘왜놈’이란 시어(詩語)에 대한 AI 알고리즘의 자동적용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특정 개인 혹은 핵심 정치사회적 이슈를 겨냥하여 (검열자로서) 인간이 개입한 의도적 표적 검열의 혐의가 짙어지고 있다.

 

그 증거로 이동순 시인의 기존 게시물들이 샅샅이 검색되어 삭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인이 무려 4년 전에 올린 ‘독도 우표’라는 제목의 (‘독도의 푸른 밤’이란 제목의 시집으로 발간되기까지 한) 시 작품을 새삼스럽게 찾아내어, 역시 혐오표현이란 이유로 무단 삭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필자의 경험도 있다. 이동순 시인의 시작품 무단 삭제에 항의하여 올린 “내가 홍범도고 내가 이동순이다!”라는 게시물이 페이스북에서 1,100회 이상 공유되었고 여타 온라인 공간으 널리 확산되었다. 이 글 역시 무단삭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필자의 원본 글을 그대로 복사하여 옮겨 붙인 수많은 페이스북 게시물 대다수가 그대로 남아있음을 볼 때, 글 자체가 아니라 작성자 개인을 표적으로 삼은 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된다.

 

3.

페이스북코리아가 반강제적 사용자 정보 탈취 시도를 하다가 여론의 비판과 행정당국의 철퇴를 받아 해당 시도를 철회한 것이 불과 1년 여 전이다. 이번에는 표현자유 탄압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윤창출의 대부분을 사용자 대상 개인맞춤 광고(personalized advertising)에 의존하는 한낱 온라인 기업이 이렇게 거침없는 행태를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대한민국 시민사회의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유신과 군사독재 시대에나 보았던 유사 파시즘 행태가 꿈틀대고 있다. 그러한 파시즘의 본질은 거짓과 선동을 무기로 시민적 민주주의를 오염시키는 야만적 공격이다. 이런 시도에 맞서기 위해서는 생각을 나누고 연대를 다지는 소통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페이스북이 일정 부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한 위락 도구 성격을 넘어, 레거시 미디어들이 지닌 정보 공유 및 여론 형성 기능에 대한 대안적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코리아의 검열시도에 단호히 저항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1933년 5월 10일 이슬비가 내리는 저녁, 베를린의 훔볼트 대학 도서관 앞 베벨광장(Bebelplatz)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히틀러의 선전상 괴벨스가 주요 대학 도서관에서 약탈한 책들을 쌓아놓고 불태운 것이다. 정치, 경제, 문학, 역사, 철학, 교육, 종교, 심리학 등 학문 전 영역에 걸친 저술이었다.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하이네, 토마스 만, 레마르크, 브레히트 등 총 131명의 작가들의 ‘정신’을 불태운 것이다. 나치스는 그 같은 반문명적 작태의 근거로 “독일정신에 위배되는 책은 없애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역사는 그들의 행동을 파시스트들의 전형적 광기로 평가한다.

 

페이스북에서 유사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meta)의 최고 경영자 마크 주커버그는 유태인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그의 고조부가 19세기 말 신세계인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러한 주커버그는 과연 2023년 9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자신의 실존적 태생을 부정하는 이 기괴한 ‘분서갱유’를 알고 있는 걸까.

 

페이스북코리아의 검열과 표현자유 탄압은 폐기되어야 한다. 책임자 공식 사과와 함께 게시물 관리에 관한 전면적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4.19와 6월 항쟁과 촛불혁명을 온몸으로 돌파한 한국인들의 수준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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