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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의 창] 북한의 식량문제를 보는 시각 : ‘양정(food politics)’

 

찰거머리처럼 질긴 여름이 가을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들녘에 벼가 고개를 숙이고, 농민들의 추수에 보답하거나 기다리고 있다. 남한 농민들에게는 연례행사로 벼수매 문제가 관심사항으로 떠오름과 동시에 북한의 작황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2017년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2020년에 440만 톤을 기록하고, ’23년 상반기 북한의 대중 쌀 수입(10만 톤 이상)이 2019년 동기간 대비 약 5배 증대한 것을 들어 식량난을 부정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금년 7월까지 아사자 240건 발생을 근거로 최악의 식량위기 발생을 추정(국정원)하는 등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북한 식량난을 분석하는 접근방법이다. 북한의 ‘기근’원인을 주로 공급(식량 가용량 감소)의 문제 또는 접근성(식량획득력 감소) 문제로 인식함으로서 북한주민이 왜 식량 접근성이 약화되었는지, 영양 부족현상에 대한 ‘과정적-미시적’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권위주의 체제가 제제 정당화와 사회 안정화를 위해 식량 공급 전 과정을 통제하는 전략을 의미하는 ‘양정(food politics)’의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들은 체제 지지층을 위해 저물가 및 농촌 차별적 정책을 펼침으로써 지역 간 또는 계층 간 식량수급 격차를 발생시켜, 결국 체제에서 차별 받는 농민 또는 지방계층의 식량 부족 현상이 심화된다. 김정일 시절 소위 고난의 행군 당시, 평양주민들은 식량난을 거의 겪지 않았다는 증언이 이를 입증한다.

 

식량 배급방식의 경우 ‘완전 배급제’는 대기근 시기에 붕괴, 그 이후 선별적 또는 부분적 배급제 형식이 도입되어 약 2,590만 명 인구 중 30%의 농민과 일반주민은 공적 배급을 받거나, 장마당 등에서 식량(옥수수, 감자, 밀가루)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권 안정을 위해 엘리트들에게 편향적으로 쌀을 더 많이 배급하고, 제체 저항능력이 떨어지는 농민과 노동자에 대해서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반 주민은 음성적인 형태로 식량확보에 나서게 되고, 나아가 도농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엄중한 현실은 김정은이 2023년 2월 농업문제를 최대 의제로 설정한데서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 중국 입장에서 김정은 정권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레버리지로 활용 가능한 장점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북한 주민의 식량 어려움을 일부나마 해소해 주는 당위론이 복합적으로 얽히게 만든다. 김정은의 계속되는 핵무기 다변화·고도화로 인한 안보위기 지속으로, 식량지원 문제가 공적 담론에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으나 여전한 잠복성 이슈이다.

 

북한이 남한을 ‘괴뢰’라고 호칭하는 등 대결적 태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대북교류단체들이 앞장서서 지원하려 한다면, 분배 및 전달의 투명성과 평양 특권층이 아닌 일반 주민배급을 보장 받는 선에서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아울러 식량난의 주범이 바로 ‘양정’이라는 체제유지 우선 정책 때문임을 강조하여 북한 식량난의 진정한 실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 방안은 윤 정부의 대북강경 일변도 정책을 우려하는 일부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또 다른 방책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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