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법)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제정돼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중대법이 시행된 지 약 2년이 지난 현재는 사망자 수가 소폭 감소하며 미미한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1명의 사망자도 줄여야 한다는 중대법 취지를 고려하면 아주 효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또 중대법 시행 후 민간건설사들이 중대재해 ZERO를 실천하겠다며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만 봐도 앞으로 중대법이 건설 현장에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포스코이앤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락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안전용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며 계룡건설 역시 근로자를 위해 개발한 '스마트 안전 경보장치'의 특허를 취득했다. 현대건설도 전국 건설 현장 근로자들에게 '스마트 추락 보호 에어백 C3'를 공급했다.
이처럼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민간건설사에서는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올 3분기 민간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명 줄었다.
실제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발생한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수는 596명(568건)으로 전년 동기 640명(624건) 대비 44명 감소했다.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건설업계의 흐름이 '안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라 효과가 영 없진 않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국 및 민간 공사 현장 사망자 수가 감소한 반면 공공 공사 사망자 수는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3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공공 공사의 발주청은 25개 기관이며 같은 기간보다 4명이 증가해 사망자 수 23명을 기록했다.
지난 7월 대구경북에서 국도35호선 안동도산 태자지구 위험도로 개량공사를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1명 사망했다. 이 현장은 영주국토관리사무소가 발주한 현장이다. 또 지난달에는 포항국토관리사무소가 발주한 국도4호선 경주문무대왕 장항지구 낙석 산사태 위험지구 정비 공사에서도 1명이 숨졌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발주청은 한국도로공사와 의왕시청으로 각 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또한 강릉원주대학교, 강원도로관리사업소, 경기북부시설단, 국립수산과학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23개 기관에서 각 1명이 사망했다.
공공기관은 근로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주요 주체지만 중대법이 시행되고도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공공기관도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민간건설사에 모범이 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중대재해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중대법으로 조사를 받은 기업 가운데 실형 선고를 받은 대표자는 단 한 명뿐이라 무늬만 사고 예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4월 26일 창원지방법원은 크레인 방열판에 근로자가 숨진 사고를 발생시킨 원청 업체의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원도급업체 대표이사에게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다.
이 밖에도 1심 이상의 선고가 이뤄진 재판은 총 7건뿐이며,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도 법정 하한인 징역 1년에서 최대 징역 1년 6개월 형에 가까워,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일각에서는 현장의 안전보건 조치 여부를 직접 관리·감독할 수 없는 대표나 사업주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가혹하다는 의견도 나오며 건설 업계의 우려와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중대법 시행 2년을 맞는 건설업계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이 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과 공공기관의 책임있는 자세에 대한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