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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2 비례미 구현 근거 전혀 없어"

신형준 씨, 근대 콤플렉스가 초래한 허상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말할 때 그 증거로 한글과 석굴암을 곧잘 거론한다. 한글은 지구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표기 체계라고 한다.
꼭 그럴까? 영어는 과학적 표기가 아닌데도 왜 국제 공용어로 굳건히 자리잡았으며, 한자는 한글에 비해 무엇이 뒤지건대 13억 인구가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가 되었을까?
한글이 과학적이기 때문에 훌륭한 표기 체계는 결코 아니다. 진정 한글을 훌륭하게 만드는 길은 그것이 과학적이라고 강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외려 많은 언어 표기 체계 중 하나로 `동등하게' 끌어내리는 데 있을 것이다.
이번엔 석굴암. 이 문화유산은 흔히 동양 최고의 아름다움을 구현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이런 평가가 식민지시대 일본인 건축사가 세키노 다타시(關野貞)에게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그 위대성을 선전하는 구호 중 하나로 비례미가 거론된다.
그 요점을 추리자면, 석굴암에는 √2의 비례미가 구현돼 있다는 것이다.
석굴암에 √2의 비례미가 구현되어 있다고 하자.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2의 비례미가 구현되어 있다고 해서 그 문화유산이 그렇지 않은 다른 문화유산보다 가치가 반드시 특출나게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석굴암의 우수성 과학성을 논할 때면 으레 수학적 비례미가 거론되고 있다. √2의 비례미가 구현돼 있어 훌륭하다느니, 그렇지 않다고 해서 덜 우수하다느니 하는 문제는 젖혀 두자.
그렇다면 다음으로 대두하는 문제는 정말로 석굴암에는 √2의 비례미가 구현되어 있는가로 모아진다.
증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실제로 측량을 해 보거나 측량된 자료를 검토해 보면 된다. 나아가 석굴암이 창건된 것이 8세기 말이니, 이 무렵에 √2로 대표되는 수학의 무리수 개념이 신라에 들어와 있었는가를 증명하는 방식도 있다.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로서 오랫동안 문화재 분야를 취재해오다 현재는 사회부 기자로 재직 중인 신형준(38) 씨가 `한국고대사에 대한 반역'(조선일보사)이라는 책에서 실제 이 두 방식을 석굴암에 대입해 본 결과는 허망하다 못해 처참하다.
석굴암 배치도 어느 구석에도 √2의 비례미는 흔적도 없었으며, 신라는커녕 동시대 중국 수학서에도 무리수 개념은 없었다. 개념조차도 없는 무리수 비례미를 구현했다는 주장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그럼에도 석굴암을 둘러싸고 왜 이런 신화가 자리잡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신 기자는 근대성에 대한 우리의 콤플렉스에서 찾는다. 즉, 외세침략과 식민지배 등으로 상처가 날 대로 난 "민족적 자존심에 대한 필요 이상의 집착"이 빚어낸 "콤플렉스의 변주곡"이라는 것이다.
신 기자는 고구려가 동북아시아 패자였다는 주장, 우리가 고대 일본에 일방적으로 선진 문물을 전해주기만 하고 받아들인 것은 없다는 주장 또한 같은 맥락에서 비판하고 있다.
석굴암에 비례미가 구현돼 있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훌륭한 문화유산 목록에서 빠질 수는 없다. 다른 많은 관점에서 얼마든지 훌륭함을 찾을 수 있다. 220쪽.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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