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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색]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평양 공연

2008년 2월 26일 저녁, 그때 나는 북한 남포항의 선원크럽 식당에 앉아 평양에서 내려 온 L선생과 함께 북한 전역에 생중계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 있었다. 그 공연이 특별했던 것은 뉴욕 필이 공연하고 있는 장소가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이기 때문이었다.

 

먼저 양국 국기가 카메라에 잡히면서 국가가 연주되었다.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영원하라'가 평양에서 연주된다? 옆의 L선생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공화국 창건이래 미국 국가가 공화국에서 처음 연주되는 느낌이 어떻냐고’. 그러나 그는 대답대신 질문을 한다. “이선생은 어제 이명박대통령 취임사를 못 들었으니까 내용을 잘 모르겠구만. 허지만 거, ‘비핵·개방·3000이란 거에 대해 어케 생각합네까?” 나는 연주회 실황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 양반은 자꾸 말을 걸어 왔다.

 

철천지원수 미제의 국가와 공화국 애국가를 평양에서 미국인들이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북한 전 인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보고 있는 현실. 새 정부의 보수적 성격으로 남북관계가 이전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우려와 그래도 경제통이니까 남북 경제교류가 더 활성화 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희망, 4년전 서울시장 시절엔 이 대통령도 김정일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방북을 시도한 적도 있으니 기대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 등이 오버랩 되는데, TV에서는 드보르작의 '신세계' 선율이 흘렀다.

 

당시 상황은, 이전 해 10월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에서의 공동성명 내용이 그대로 실행만 된다면 남북관계는 획기적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와 북한핵문제도 1년 임기를 남긴 미국 2기 부시행정부에서 대외 정치적 치적으로 남기고자 해결을 적극 추진하고 있었다. 북한으로서는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정책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이 매우 컷을 것이다. L선생도 그간 남북간 현안에 대해 서울 평양 금강산 개성 등 여러 장소에서 만날 때 마다 많은 대화를 나눈 친분이 있는 내가 남포에 왔으니 직접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으리라.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내 말이 귀에 거슬리는지 L선생은 ‘그게 아닌데...’하며 독한 술을 연거푸 들어 마신다.

 

역사에 ‘만약(if)’이란 없다고 하지만 지금의 암울한 남북관계를 바라보다 보면, 그 때 MB정부가 전임 노무현정부가 깔아놓은 판에서 ‘이어 달리기’를 제대로 했다면 지금의 핵을 머리위에 두고 불안해하는 상황, 압도적 힘으로 평화를 지키겠다고 강변하면서도 미국만을 쳐다보는 한심한 지금의 안보상황과는 전혀 달리 남북이 어우러져 상생공영하는 세상을 살고 있을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생각된다. 전임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대북정책 가운데 좋은 점은 승계하고, 부족한 점은 채우려는 노력을 한다면 진정한 한반도평화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이다. 진정성을 갖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화를 시도한다면 문제해결의 길이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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