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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에 느슨해진 은행들, 전세사기 피해 키웠다

임대인, 대출에 의존해 사업 확대…부채비율 98%
피해건물 중 28곳, 총 9개 금융기관서 330건 대출
KB국민, 농협, 신한, 카뱅·하나, 기업銀 순으로 多
피해자들 "뭘 믿고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의문"

 

수원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하 '수원 전세사기')과 관련해 은행권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임대인이 부동산 법인을 통해 손쉽게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고, 전세대출 또한 은행의 자체적인 판단을 통해 진행돼 피해를 키웠다며 관련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원 전세사기' 피의자인 정씨 일가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여러 개의 부동산 법인을 설립, 자본이 부족했음에도 대출금에 의존해 임대사업을 확대해 왔다. 정씨 일가가 세운 법인 중 하나는 전체 자산총계 대비 자본금의 비율이 1.9%에 불과하고 부채비율은 98.1%에 달했다. 부채가 자본금의 50배에 달해 사실상 '빚'으로 거래를 해왔던 것.

 

이에 피해자들은 정씨 일가에 대한 은행권의 안일한 대출 태도가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개인이 대출을 받을 때에는 재직증명서·원천징수영수증 등 수많은 서류를 통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는데, 정 씨 일가의 경우 법인이라는 이유로 대출이 쉽게 이뤄진 게 아니냐는 것. 정 씨 법인의 자기자본은 2%로 부채가 98%에 달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대출이 이뤄진 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자 A씨는 "은행은 무엇으로 법인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런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은행과 중개사, 정부, 국회 등 모두가 사안을 바라봐 주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피해자들은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내주는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선순위채권 등과 관련한 전세대출 가능 여부가 개별 은행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면서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화성대책위원회(이하 피해자대책위)가 피해건물 중 28곳의 전세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9개 금융기관에서 330건의 대출이 이뤄졌다. KB국민은행이 7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농협 57건 ▲신한은행 40건 ▲카카오뱅크·하나은행 각각 37건 ▲기업은행 26건 ▲새마을금고 15건 ▲케이뱅크 2건 순이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어느 은행에서는 근저당이 많아 대출이 안된다고 했었는데, 다른 은행에 가서 확인해 보니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해 계약한 경우도 있었다"며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영업했던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터지고 나서 (전세대출을 받았던) 은행을 찾아가 보니 대출상담사가 퇴사했다고 하더라"며 "은행들이 책임지지 않으려고 수를 쓰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도 전세사기와 관련된 은행권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정씨 일가는) 쪼개기 대출로 자금을 마련해 계속 건물을 늘려나갔는데, 한 건물을 잘라 몇 세대씩 계속 담보를 공동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며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 초년생인 청년층들인데, 공동담보라는 제도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구조다 보니 피해자가 굉장히 늘어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원뿐 아니라 빌라나 다세대 건물에 대해 굉장히 만연한 대출 형태일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얼마나 많이 이뤄지고 있는지 실태 파악부터 해달라"며 "어떤 식으로 은행에서 대출이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수원전세사기 의혹과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접수된 고소장은 총 401건(지난 10일 정오 기준)이다. 고소장에 적시된 피해 액수는 약 604억 원으로, 고소인들은 정씨 일가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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