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이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이하 ELS)의 대규모 손실 위험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좌불안석인 것과 달리 증권업계는 비교적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비교적 판매 규모가 작은 데다 리스크 관리 노하우가 있는 만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부터 H지수를 편입한 ELS를 판매해 온 은행과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고령의 투자자 등을 상대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리지 않았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서면조사가 진행 중이며, 필요 시 현장조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비상 대응에 나선 이유는 H지수가 판매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상품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ELS는 개별 주식이나 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머무르면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으로, 가격이 미리 정한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의 100%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2021년 2월 1만 2100까지 올랐던 H지수는 현재 6000수준으로 추락했다. 금융권에서는 H지수가 반등하지 못한 채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약 40~50%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오랜 기간 동안 해당 상품을 판매하며 리스크 관리를 해왔던 만큼,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인 고객들에게 정말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판매가 됐냐는 것"이라며 "증권사들은 ELS 상품을 옛날부터 해오다 보니 판매자격부터 위험성 고지 등 (판매 절차를) 상대적으로 잘 마련해 놨다"고 말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H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은 총 20조 5000억 원으로 이 중 약 3조 5000억 원이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다. 나머지 16조 5000억 원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불완전판매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비대면 판매 비중이 크고, 고객들의 성향이 은행과 다르기 때문이다. 증권사를 이용해 ELS에 투자한 고객들은 대부분이 투자 경험이 있으며, 원금 손실 등 투자 위험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상품에 따라 증권사에서 자체적으로 헷지도 가능해 상품 손실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상품에 따라 일부 비용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비대면 가입의 경우 투자성향에 맞지 않으면 상품 가입이 안되는 등 절차가 더 복잡한 편"이라며 "제도적으로 (불완전판매가 되지 않도록)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만 판매가 가능해 (불완전판매 여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품 설계 과정에서 증권사가 손실 리스크를 떠안을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헷지를 설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