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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판매 과정서 문제점 발견"…금감원, 국민銀·한투證부터 현장검사

판매 한도관리 미흡 등 문제점 포착
KPI에 판매실적 연계…서류 미보관도
오는 8일부터 순차적으로 현장검사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해 일부 금융사들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한도 관리를 미흡하게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부터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진행해 위법사항이 없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금감원은 오는 8일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ELS를 판매한 5개 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과 7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에 순차적으로 현장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이를 통해 홍콩 ELS 판매과정에서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판매 한도관리는 적정했는지 등 전반적인 관리체계를 심층 점검할 예정으로, 검사결과 금융회사의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금감원이 현장 검사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11~12월 중 실시했던 홍콩H지수 ELS 판매 실태 조사 결과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 판매 관리 체계상 문제점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우선 판매한도와 관련해 은행 내규를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해외 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회사별로 손실가능성 20%가 넘는 고난도 상품의 판매한도를 부여했다. 판매한도 19조 2000억 원을 부여받은 국민은행은 H지수가 편입된 3가지 지수 변동성이 30%를 넘으면 ELS 판매한도를 절반으로 낮추는 내규를 만들었다.

 

하지만 H지수가 1만 2000으로 고점을 기록한 2021년에는 변동성 30%를 넘겼는데도 판매한도를 50%가 아닌 80%로 상향했다. 당시 홍콩 ELS가 높은 인기를 끌자 경쟁사보다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내규를 어긴 것.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브리핑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나름대로 하나하나 따져보고 이 지수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 판단을 했어야 하는데 많이 팔린다는 이유로 판매 한도를 급작스럽게 80%로 늘린다든지 하는 부분은 본점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했다.

 

승진이나 성과급 책정에 반영되는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에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ELS 상품 실적을 포함시켜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1000점 만점의 KPI 점수 중 약 410점이 ELS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었다. 

 

특히 H지수가 고점 대비 최대 30% 하락해 고객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판매 직원은 높은 성과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충현 부원장보는 "지수가 6개월후 9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률 5%를 받고 조기상환하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 나서 조기상환하지 않은 경우에도 쿠폰 수익률(5%) 만큼 달성한 것으로 간주해 영업점 평가를 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나서 고객이 중도해지를 요청한 사례도 있었는데 중도해지하면 KPI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반영해야 하니까 은행 직원이 해지를 안 해준 사례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신탁계약서, 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일부 계약 관련 서류를 보관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계약 체결·이행 관련 자료는 10년간 보관토록 한 금융소비자법상 위반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주요 금융사의 판매 한도관리 미흡과 법규위반 소지 등을 보다 정밀하게 점검해 확정하기 위해 이번주부터 현장검사에도 나선다. 지난 점검에서는 국민은행의 경우 현장조사를, 나머지 11개 금융사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만 실시했다.

 

아울러 KB국민은행과 한투증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분쟁 민원 사실관계 파악 등을 위해 민원 조사도 병행한다. 

 

박 부원장보는 "신속하게 현장검사도 실시하는 이유는 소비자 피해가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가능하면 신속하게 불완전판매나 판매 과정에서의 불법 사항 등에 대해 빨리 정리를 해서 나름대로 배상 기준을 최대한 신속하게 확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15일 기준 홍콩 ELS 총 판매잔액은 19조 3000억 원으로 은행 15조 9000억 원, 증권 3조 40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은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 4000억 원으로 이 중 10조 2000억 원 가량이 상반기에 만기가 집중돼 대규모 투자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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