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과 관련해 “자력이 있는 대주주가 워크아웃 중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며 태영그룹을 압박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SBS 지분 담보 등)진정성 있는 추가 자구안이 나와야 한다”며 현 상태로는 태영 측의 자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7개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한투, 메리츠) 회장, 산업은행 회장, 기업은행장과 만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이 수반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자기책임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 기업에 대한 금융채권을 유예해 유동성 여유를 주고, 채무자는 상거래채무와 같은 비금융채무 상환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부담하는 것이 기본 구조”라며 “자력이 있는 대주주가 워크아웃 중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채무자와 대주주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워크아웃 추진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는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요청을 주주 유한책임 원칙이나 시장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며 “채권단도 채무자 측의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기업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채무자의 직접 채무 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감독당국도 비조치 의견서 발급 등을 통해 해당 담당자에 대해 사후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며 채무자와 채권단 사이 합의에 기초한 워크아웃 추진을 뒷받침하고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도 태영그룹의 자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추가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판단한다”며 “지금 상태에선 자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강 회장은 "SBS 지분 담보가 추가 자구안에 포함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정말 진정성 있는 자구안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태영그룹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여부와 경영권 보장 등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오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 원장은 추가 구조조정 기업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하며 금융권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노력도 주문했다.
그는 “향후 취약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돼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채권 금융회사가 보다 엄중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라도 향후 1~2년 내에 다시 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이 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근거로 예상되는 손실인식을 지연하고 구조조정을 미루기만 하는 금융회사가 있다면 좌시하지 않고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조조정 기업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여신거래 상의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지원하는 한편, 최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영세 중소건설사에 대해서도 유동성 애로가 악화되지 않도록 상생금융 차원에서 적극적인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PF 시장 정상화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사업장을 전체적으로 종합 점검해 사업성이 없는 PF사업장이 보다 신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PF 문제는 대주단 협약 가동 등으로 연착륙 유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정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며 "면밀한 사업장 평가를 통해 사업장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에 속도를 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