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생명의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소속된 보험설계사들이 회사가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교섭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목소리 높여 비판했다.
16일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서울시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노조 탄압 행위를 중단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김태은 보험설계사노조 한화생명지회장은 이 자리에서 "보험회사는 설계사 없이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며 "사측은 이제라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노조 한화생명지회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2022년 8월 본교섭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 3일까지 총 33차의 교섭이 진행됐지만 임금(수수료) 협약은 완료된 것이 없으며, 단체협약의 경우 ▲수수료 변경시 협의대상 범위 ▲조합사무실 제공 ▲노조 홍보활동 보장 ▲노조간부 활동비 지원 등을 협의 중이다.
이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쟁점은 홍보활동 보장 항목이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내용을 협약에 포함시켜, 노조 활동에 개입하려 한다고도 밝혔다. 사측이 노조활동 표준규칙을 정하고 회사의 사전승인을 받아 노조활동을 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조합원이 노조활동을 원하는 경우 3영업일 전에 신청서를 제출해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평소 영업 등 다른 일로 수시로 드나들던 공간에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그때부터는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이는 노조 활동에 대해 회사가 철저하게 지배하고 개입하겠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도 "노조 활동을 원하는 경우 출입신청서를 활동 개시일로부터 3영업일 전에 회사에 제출하고 사전승인받도록 하는 등 실질적으로 노조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있다"며 "이는 분명한 노동조합 통제이자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측이 보험설계사는 정해진 근로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노조법에 명시된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부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노조 간부의 활동 보장을 위한 해당 제도는 타사 특수고용직 노조 등에서 보장되고 있음에도 사측이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이와 관련해 "사업장 내 노조활동 표준규칙은 보험설계사의 특성을 고려해 고용노동부 매뉴얼을 준용한 것이며, 표준규칙 제정은 FP(보험설계사)노동조합의 반복적인 기초협약서 위반 행위에 따른 결과였다"며 "내용 검토를 요청했을 뿐, 그 수용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표준규칙의 수용을 전제로 근로시간면제 등 타 쟁점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사실이 없다"고 부연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잘못된 관행을 근거로 영업팀장에 대한 수수료 규정을 제외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팀장들의 수수료는 인센티브 성격으로서 협의 대상이 아니며 회사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는 게 사측의 주장인데, 이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팀장의 수수료를 변경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 보험사의 경우 팀장 수수료 등과 관련한 위촉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아울러 사측이 조합원과 노조를 분리시키려는 시도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회사 지점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노조 사무실을 조합원들이 있는 지점과 떨어진 곳에 제안했다는 것. 또한 사무실 퇴거 요청일에 퇴거하지 않을 경우, 노조가 이에 따른 손해를 모두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반복적인 집회 등 노조활동으로 인해 노조 사무실을 비롯한 동 건물에 상주중이던 당사 영업점 4곳이 임대인으로부터 갱신 거절 통보를 받았다"며 "신규 노조 사무실 이전을 위해 수차례 후보지를 제시했으나 노조 측이 거부하며 퇴거를 지연, 회사의 임차물건에 대한 원상회복 의무 이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해 재발 방지를 위해 명문화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또한 사무실이라는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게 근무하는 보험설계사들의 특성상 노조 사무실의 위치에 따라 조합과 조합원이 분리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